[신기술 신사업] 새 먹거리 찾아 '불황돌파'…新시장 개척·공격투자 '호황대비'


올해 재계의 화두는 단연 '생존'이다.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 불리는 불황 속에서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은 살아남기 모드에 들어갔다.

'위기에서의 생존'(정몽구 현대 · 기아차그룹 회장),'아생연후살타'(내가 살아야 남을 이길 수 있다는 의미 ·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이 잇따라 '살아남기'를 신년 메시지로 던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대기업들은 신사업,신기술,신규 투자,신시장 개척 등 이른바 '4신(新)'을 불황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그린 비즈니스부터 헬스케어 수처리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하고 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 중이다.

쉼없는 연구개발(R&D)로 신기술도 찾고 있다. 간만에 찾아온 원화 약세(환율 상승)를 이용한 신시장 개척 노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고 실제 효과도 가시화하고 있다는 게 산업계의 설명이다.

◆신수종 사업에 올인삼성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신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전자 계열사 간 업무를 조정하고 삼성LED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디지털이미징 등 3개 회사를 설립했거나 설립할 예정이다. 향후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발광다이오드(LED),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카메라 등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은 태양광 사업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계열사를 수직 계열화했다.

LG그룹도 친환경 그린 비즈니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올초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LG그룹은 작년 충남 태안군에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태양광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 전자 솔라에너지 등 계열사별로 역할 분담도 확정했다. SK그룹은 기존 에너지 · 정보통신 분야에 녹색기술을 결합시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해양 바이오연료,태양전지,그린카,첨단 그린도시 등 7대 분야를 중점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첨단 그린도시는 통신 건축 에너지 등 계열사의 기술을 집결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화그룹도 그린에너지,자원개발 사업,미래형 첨단기술 사업,실버서비스 사업 등의 신사업을 추진 중이고,두산그룹은 풍력발전시스템 연료전지 등 녹색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술 주도권 확보신기술로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40나노(㎚ · 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관련 경쟁 업체를 2년가량 앞섰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 전시회를 통해 태양광 에너지로 작동하는 휴대폰을 내놔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LG도 통신기술 표준에 도전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4세대 이동통신 기술 롱텀에볼루션(LTE) 단말기를 통한 초고속 무선 전송에 성공했다. 기존 3세대 기술에 비해 8배 이상 속도가 빠른 것이다.

현대 · 기아차는 미래 자동차 사업의 성패를 결정지을 그린카 기술 개발에 전력 중이다. 현대 · 기아차는 올해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한 뒤 2012년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2018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상용화 등을 계획하고 있다.

◆호황기를 대비한 공격적 투자

경기 침체에도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들도 많다. 당장의 재무 성과보다는 경기가 회복될 2~3년 뒤를 대비하자는 전략이다.

현대 · 기아차는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 수준인 9조원으로 책정하고 고연비 소형차 및 친환경차 개발,일관제철소 건설 등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올해는 월별로 판매 계획을 수립할 정도로 주변 여건이 불확실하지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초석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마련하자는 전략이다.

포스코도 올해 국내 6조원을 포함해 7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철강경기 회복기에 대비,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GS그룹도 에너지 유통 건설 등 주력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보다 약 10% 늘어난 2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동부그룹은 현재 의욕적으로 진행 중인 동부제철 전기로를 7월 준공하기 위해 투자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원화 약세를 적극 활용한 신시장 개척도 국내 기업들의 주요 불황 돌파 전략이다. 현대 · 기아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세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와중에도 현대 · 기아차는 러시아 일본 등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