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몸치? 난 박치! 그래도 우리에겐 '스윙'이 있다
입력
수정
절로 어깨가 들썩여지는 경쾌한 재즈음악이 홀 가득히 흘러 나오네요. 그러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구요? 아무리 노력해도 춤이 안되는 '몸치',박자라면 영 젬병인 '박치'라구요?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음악에 맞춰 기분나는대로 그저 걷기만 해도 얼추 기본 스텝이 됩니다.
사교춤이 별건가요.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즐기면 사교춤이죠.춤 중에서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스윙댄스'.요즘 불황에 도대체 재미있는 일이 없다구요? 그럼 스윙댄스로 삶의 활력소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청바지 입고,운동화 신고 춰도 OK
지난해 초 결성된 스윙동호회 '링고팝스윙'.매주말 서울 압구정동의 스윙댄스바 '링고팝'에서 정모(정기모임)를 갖는다.
회원 수는 70여명.이 가운데 80% 정도는 이 모임을 통해 난생 처음 춤을 접한 사람들이다. 스윙춤은 다른 사교춤보다 커플 간 신체 접촉이 적어 댄스 입문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또 미리 짜여진 패턴이나 격식을 따지기보다는 즉흥성이 강조되는 것도 매력이다. 복장의 경우에도 정장은 물론 청바지까지 자유롭게 입어도 된다.
신발 역시 바닥에 가죽을 댄 스윙 전용구두가 있긴 하지만 평소에 신는 바닥이 납작한 운동화 정도면 충분하다.
매주말 이 모임에서 스윙을 추는 윤상진씨(38 · 자영업)는 "춤 자체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데다 배우기가 쉽다"며 "모임에 2~3개월 정도만 나오면 충분히 즐길 만하다"고 설명했다.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이설희씨(27)는 "스트레스 푸는 데는 스윙만한 게 없는 것 같다"며 "스윙을 추고 나서부터 삶의 활기를 되찾은 느낌"이라고 자랑했다. 미국 유학시절 스윙댄스 프로선수로도 활동했던 최정원씨가 만든 동호회 '웨스트코스트스윙클럽'은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웨스트스윙을 주로 춘다.
클럽 등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음악에 맞춰 추는 웨스트스윙은 위아래로 뛰는 듯한 바운스는 거의 없지만,현대적인 스타일과 함께 응용 동작이 많아 화려한 느낌을 준다. 정회원은 약 40~50명이 활동하고 있다.
최씨는 "가사를 음미하고 박자를 느끼면서 추는 스윙은 음악에 대한 표현도가 높은 것이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다. 구두 디자이너인 김현주씨(29)는 "미용실이나 백화점에 갔다가도 음악을 들으면 몸이 들썩여 진다"며 "좁은 장소에서도 연습하고 출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 동호회는 강습료가 월 2만~3만원 수준이며,정모 때마다 댄스홀 사용료로 1인당 5000~7000원을 낸다.
한달에 약 5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불황이 본격화된 올해 들어 스윙댄스 동호회를 찾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한다.
링고팝스윙의 김경환 회장(28)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사람들과 어울려 취미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스윙댄스를 출 수 있는 스윙바는 서울에만 신림 · 봉천 · 사당 · 구로 · 교대 · 신사 · 신천 · 방배동 등 10여곳에 이른다. 그러나 스윙바가 술을 마시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개 나무바닥에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댄스 스튜디오 형태로,음료수를 마시며 쾌적하게 춤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스윙댄스 지류…지터벅,린디홉,찰스턴
스윙댄스는 미국에서 1920~1930년대 유행하던 '스윙'(swing)이란 재즈음악에 맞춰 추는 모든 춤을 일컫는 말이다. 딱히 한 종류의 춤이 아니라 비슷한 부류의 춤들의 통칭이다.
스윙에 입문하는 초급자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춤은 속칭 '지르박'이라 불리는 '지터벅'(Jitterbug).6박자 경쾌한 재즈음악에 맞춰 추는 춤이다. 스윙의 대명사격인 '린디홉'(Lindyhop)은 두 박자를 셋으로 쪼갠 '트리플 스텝'을 사용하며 8박자에 맞춰 춘다.
영화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발로 차는 동작은 '찰스턴'(Charleston)으로 빠른 음악에 맞춰 추는 활동성이 강한 춤이다. 이외에도 '발보아'(Balboa)와 '블루스'(Blues),'셰그'(Shag) 등이 있다.
스윙은 또 '동부해안 스윙'(East Coast Swing)과 '서부해안 스윙'(West Coast Swing)으로도 나뉜다. 빠른 음악 위주의 이스트스윙에 비해 웨스트스윙은 힙합과 R&B,디스코,대중가요 등 다양한 음악에 맞춰 추며 기교가 돋보인다. 춤에 관심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여러 춤들 사이에 반드시 뚜렷한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스윙댄스는 린디홉과 찰스턴 등이 섞여 개인이나 그룹마다 스타일이 다양하다. 댄스스포츠의 한 종목인 '자이브'와도 비슷한 면이 많고,팔 동작은 '살사댄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스윙재즈 음악에 파트너와 함께 몸을 흔든다는 것 아닐까.
글=문혜정 기자/사진=임대철 인턴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