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간통화 서비스 잇따라 중단

휴대폰이나 유선전화로 여러명이 함께 통화할 수 있는 다자간통화(회의통화) 서비스가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제 3자가 통화를 엿들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기능보완을 권고했지만 통신회사들은 기술적 어려움을 이유로 서비스를 그만두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3세대(G) 이동통신 가입자에 대해 회의통화와 멀티콜 등 다자간통화 서비스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앞서 LG텔레콤도 작년 9월부터 회의통화 서비스를 중지했다.다자간통화는 통신회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로 3명에서 최대 6명까지 함께 통화할 수 있다.예컨대 A가 B와 통화중 C의 전화번호를 누르면 B,C와 동시 통화가 가능하다.다자간통화는 이런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도·감청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두명이 통화를 하다 제 3자가 통화에 참여해도 기존 통화자에게 알려주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A와 B가 통화중 B가 A 모르게 C를 통화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것.이 경우 A는 그 사실을 모른채 고스란히 통화내용을 노출시키게 된다.

정보통신부(현 방통위)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2007년 10월 기능보완을 권고했다.본인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3자가 통화내용을 듣지 못하게 다자간통화가 연결될 때 안내해 주는 음성멘트를 추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작년 4월 2세대 CDMA 서비스에 대해 기능 보완을 끝냈지만 3G 서비스에 대해선 개선작업을 못하고 있다.회사 관계자는 “3G의 경우 기술규격이 마련되지 않았고 장비 제조사도 현재로서는 개선이 어렵다고 밝혀와 일단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LG텔레콤은 4월말까지 다자간통화시 안내멘트가 나오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다.반면 KT와 KTF는 방통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문제점 개선 없이 서비스를 계속 하고 있다.KT의 경우 현재 교환기에서는 안내멘트를 추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방통위 권고를 이행하려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설명이다.KTF 관계자도 “이용자가 별로 없는 무료서비스를 위해 많은 개발비와 시간을 들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문제가 된다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기능보완 권고를 문제삼고 있다.통신업계 관계자는 “다자간통화가 아니어도 통화내용을 녹음하거나 스피커폰을 통해 제3자에게 들려주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기술적 문제로 방통위 권고를 이행하지 못해 서비스가 중단된다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