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 워크아웃 기업 '운명의 1주일'

12개사 10곳 이번주 실사작업 마무리
변수 많아 채권단 동의 못 얻을까 노심초사
1차 건설 · 조선업 구조조정 작업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결정이 내려진 12개 건설 · 조선사에 대한 실사가 이번 주 중 대부분 마무리된다. 주채권은행들은 최대한 빨리 경영정상화 계획을 만들어 이달 중 채권단협의회를 통해 회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당겨진 실사작업
9일 실사보고서(가안)가 나오는 녹봉조선을 시작으로 이번 주 삼호 풍림건설 이수건설 동문건설 대한조선 월드건설 경남기업 신일건업 진세조선 등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내려진 9개 건설사와 3개 조선사 가운데 10개사에 대한 실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또 우림건설 삼능건설은 20일께 실사가 종료된다.

당초 실사 기간은 4월 말까지였지만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최대한 실사 작업을 앞당긴 데 따른 것이다. 실사가 끝나면 주채권은행은 재무 상황,자산 평가,추가 지원 필요액 등을 담은 실사보고서와 회사 측의 자구계획안을 중심으로 열흘 정도 채권단 실무자 협의를 벌여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여기엔 신규 자금 지원,출자 전환,대출금리 인하,원리금 탕감 등을 담은 채무분담조정안이 핵심인데 이를 놓고 채권단 내의 이견 조정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국은 3월 말까지 경영정상화 계획을 확정해 4월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가라는 방침이지만 채권금융회사 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려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정상화 계획이 확정되면 채권단협의회에서 75% 이상 동의로 워크아웃을 확정짓는다. 만약 부결되면 회사는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밟게 된다. 워크아웃이 확정되면 주채권은행은 10일 이내에 회사와 경영개선약정(MOU)을 맺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작업을 벌이게 된다. ◆우발채무와 국제소송 등이 변수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국제 소송,공사 및 발주 취소 등 각종 우발 변수가 불거지고 있어 채권단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녹봉조선의 경우 전임 사장이 선박 건조와 관련해 영국에서 진행된 그리스계 선주와의 분쟁에서 패소해 건조 중인 일부 선박에 대해 5000만달러 규모의 압류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세조선은 최근 그리스계 선주가 벌크선 6척(4000만달러 규모)의 발주를 취소하면서 선수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회사 측 관계자는 "선주 측의 취소 요구는 계약서상의 취소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선주 측과 계속적인 건조를 위해 협의하고 있다"면서 "협의가 안 될 경우 국제 중재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A건설사는 워크아웃 개시 결정 이후 베트남 하노이에 건설 중인 랜드마크 타워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대출을 약속했던 금융사들이 자금 투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신규 자금을 넣으려면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높아야 하는데 대부분 업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신규 건설이나 선박 수주가 거의 안 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은행들은 중소형 건설사 70곳과 조선사 4곳 등 7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만간 2차 건설 · 조선사 구조조정 선별 작업을 시작,이달 중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채권은행들은 지난 6일 2차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확정했다. 재무 항목 40%,비재무 항목 60% 등 1차 평가 때와 비슷하지만 대상이 중소형사인 점을 감안,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자금 조달 위험 항목을 삭제하는 대신 '차입금 조달 구조'(비재무 항목) 항목을 신설해 은행,관계사 등의 자금 차입 비중이 높은 건설사에 높은 등급을 주기로 했다.

김현석/정재형/유승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