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中企人] 이충구 천세 산업 회장 "불황이 두렵지 않습니다"

"정량(定量)펌프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외국 제품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통해 국내 정량펌프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입니다. "

정량 주입펌프 생산업체인 천세산업의 이충구 회장(57 · 사진)은 요즘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최근 경기도 안산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이 회장은 "요즘 같아선 몸이 둘이라도 업무를 소화하기가 힘들 정도여서 짬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일 반월공장에서 신개발 제품의 생산라인을 챙기고 부산 대전 광주 영업점을 방문하는 등 전국 판매망을 일일이 챙기고 있다. 맨발로 현장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공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화장실을 청소하고 점심을 먹으며 희망의 눈빛을 보면 자신감에 불황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이 회장이 이처럼 불경기에 더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드럼통에 담겨 있는 내용물을 작은 통으로 분할 · 이송할 때 사용하는 드럼펌프를 자체 기술로 국산화에 성공,본격 판매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신개발 제품 브랜드는 '천세 드럼펌프 DR'시리즈.이 회사는 12일 경기도 안산 본사에서 펌프 대리점 관계자를 대상으로 신제품 설명회를 갖고 전국 판매에 들어간다.

'천세 드럼펌프 DR'시리즈는 회사 설립 7년 만인 1987년 국산화에 성공한 드럼펌프 '터랜스 펌프'의 후속 제품이다. 지난 2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내구성 안전성 등 성능을 한층 높여 외국제품의 성능보다 우수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마디로 정량펌프 분야의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이 제품은 부품 마모의 원인인 공회전을 방지하는 기술을 적용해 부품교환 비용을 줄였고 사용자가 특별한 공구 없이도 쉽게 부품을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모터에 열부하 차단장치와 과전류 차단장치 등 이중안전장치를 내장해 과부하에 따른 모터 고장도 방지했다. 특히 모터 속도(회전수)를 다이얼을 돌려 유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 부식성이 있거나 인체 위험이 있는 화학약품 등의 액체를 분할 · 이송 · 보충할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회장은 "드럼통에서 사람이 손으로 들고 이동할 수 있는 작은 용기로 액체를 옮길 때 일반 호스를 이용해 수작업을 하다보면 화상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하지만 신개발 제품은 수작업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위험한 용액도 안전하게 분할 · 이송할 수 있어 도금공장 화학공장 등 어디에서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과정에서 사소한 부품이라도 흠이 생기면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 만들었다"며 "개발자들과 함께 간이침대를 놓고 밤새우기 일쑤였지만 결국 진주를 캐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회사는 2006년 액체를 흡입해 밀어낼 때 다이아프램(diaphragm)의 충격으로 큰소리와 함께 배관이 흔들리는 현상을 없앤 무맥동 정량펌프를 개발했다. 이 펌프는 2006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신제품(NEP) 인증을 받아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07년 중국의 펌프판매 회사와 합작으로 상하이에 상하이신천세펌프공업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중국 판매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매년 중국시장에서 1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올 들어 판매물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중국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외에도 동남아지역을 대상으로 수출지역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올해는 수출과 신개발 제품 드럼펌프의 매출 신장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11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