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3개월여만에 상한가

은행株 환율안정에 초강세
외화유동성 해소 기대감 커져
태산엘시디 등 키코주도 동반상승
글로벌 금융위기로 잔뜩 움츠려 있던 은행주들이 원 · 달러 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동반 급등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상한가로 치솟았다. 그동안 상승세를 지속해 온 환율이 앞으로 안정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키코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나금융이 작년 11월26일 이후 처음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것을 비롯 우리금융(14.80%) KB금융(11.73%) 외환은행(11.72%) 등이 10% 넘게 급등했다.

신한지주와 기업은행도 9% 이상 올랐다. 대구은행(14.16%) 부산은행(7.69%) 전북은행(7.41%) 등 지방은행주들도 신바람을 내면서 은행업종 지수는 11.48%나 상승했다. 이 같은 은행주의 초강세는 환율 급락에다 우리은행과 부산은행의 외화자금 조달 성공으로 외화 유동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이다.

은행주는 오전에 보합권으로 출발했으나 낮 12시가 넘어 원 · 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상승폭을 키우며 급등세로 치달았다.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이 은행주를 적극 매수했다.

조병문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이 급락세로 반전하며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우려가 크게 진정되면서 환율 하락 수혜가 가장 큰 은행주로 매수세가 몰렸다"고 진단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환율이 급락하면서 태산엘시디 파생상품 관련 평가손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가세해 외국인이 200만주 이상 매도하는 가운데서도 상한가로 치달아 관심을 끌었다.

구용욱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은행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원 · 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화 유동성 위기감이 심화되면서 주가가 크게 조정받았지만 환율 안정으로 키코 관련 기업 부실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 수석연구위원은 또 우리은행 부산은행 등이 잇달아 외화자금 조달에 성공한 점도 은행주에 대해 얼어붙었던 투자심리를 회복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환율 급등으로 짓눌렸던 키코 관련주들도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태산엘시디와 원풍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제이브이엠(7.05%) DMS(4.93%) 씨모텍(4.09%) 등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은행주와 키코주는 당분간 환율 동향에 연동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 수석연구위원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은행주는 수출주와 달리 환율 변동에 대해 중립적이지만 그동안 환율 급등이 큰 악재로 작용한 만큼 주가도 환율 흐름에 맞춰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기업 구조조정 문제와 미국 금융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환율이 다시 불안해지는 양상을 보이면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