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反코리아 연합' 결성 삐걱

대만정부, 합병 철회 움직임…삼성·하이닉스 40나노로 시장 주도
대만 정부가 자국 6개 반도체 회사를 합병하는 '빅뱅' 방안을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D램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 및 생존경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통합 D램 반도체 회사 '타이완 메모리(TMC · 가칭)'를 정부 주도로 설립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인치밍 대만 경제부장(장관)은 "완전한 통합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설립 예정인 타이완 메모리는 기술 습득에 주력한 뒤 제조수요에 맞춰 대만 내 현존하는 회사들의 인수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라인까지 모두 통합하는 '빅뱅' 대신 기술 획득에만 주력하는 신설 회사를 설립하고 구조조정은 시장기능에 맡기는 쪽으로 궤도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정부는 지난 5일 반도체 업황 악화로 자국 D램 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지자 정부 주도로 자국 6개 D램 업체와 일본의 엘피다,미국의 마이크론 등과 제휴해 통합 D램 회사인 TMC를 설립하기로 했었다.

◆반도체 업계 2차 생존경쟁 돌입대만 정부가 통합 반도체 회사의 설립을 포기함에 따라 업계는 오는 6월을 기점으로 시장에서 자연 퇴출되는 회사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만 정부가 11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자국 D램 업체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초 통합대상으로 거론됐던 회사는 난야테크놀로지,이노테라메모리,파워칩반도체,렉스칩,프로모스,윈본드일렉트로닉스 등 6개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들의 자산 대비 순부채 비율은 파워칩(163%) 이노테라(134%) 프로모스(92%) 순으로 매우 높다. 업계 관계자는 "68~70나노급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업체들 가운데 오는 6월을 못 넘기는 기업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닉스,프로모스 최악 상황 대비

D램 업계 2위 자리를 위협받던 하이닉스반도체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제휴를 맺고 있는 프로모스의 경영상황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하이닉스가 이 회사에 투자한 금액은 1100억원(지분 8.7%)가량.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800억원을 재무제표 상에 반영해 놓았다. 이와는 별도로 생산라인을 40나노급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확보를 위해 하이닉스는 미국 유진공장의 설비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세계 D램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올 연말까지 생산라인을 40나노급으로 전환하는 데 힘쏟기로 했다. 40나노급 공정기술을 도입해 D램을 생산하면 기존 50나노급보다 생산성이 약 60% 높아진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업체들과 기술격차를 벌리고 모바일 D램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오광진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