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111개社 일제히 주총] "불황 극복 힘 써달라" 격려 쏟아진 株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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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시장 성장률 이상 매출 올리겠다"
남용 LG전자 부회장 "환율효과 끝날것 대비 미래투자"
"도요타 같은 초우량 기업들도 적자를 낼 정도로 세계적 불황이 심각하다. 경영진들이 중심을 잘 잡아 달라."(삼성전자 주주)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지속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조도 최선을 다하겠다.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13일 열린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SK에너지 등 111개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는 불만과 질타가 잦았던 예년과 달리 경영진에 대한 격려 속에서 순조롭게 끝났다. 글로벌 불황 돌파를 위해 비상 경영을 펼치고 있는 경영진에 주주들은 물론 노조 위원장까지 힘을 실어 줬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시장점유율 확대,최악까지 대비한 생존 경영 등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날카로운 질문 대신 격려 메시지
대부분 기업들의 이날 주총은 별다른 잡음 없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주주들은 날카로운 질문 대신 격려의 메시지를 쏟아 냈다. 삼성중공업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경영진이 자랑스럽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주총 소요 시간도 예년에 비해 짧았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의 주총은 각각 25분과 30분 만에 끝났다. 예전과 달리 주총꾼과 경영진의 논쟁이 사라진 덕분이다. 시민단체와의 충돌이 잦았던 삼성전자 주총도 50분 만에 마무리됐다. 삼성전자는 주총장을 방문한 주주들에게 선물 대신 신라호텔에서 만든 떡과 주스,물 등을 돌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에 이어 파티 형식의 주총을 열어 신뢰를 보내 준 주주들에게 화답했다.
[주총인사] 삼성전자 ; 삼성전기 ; 삼성SDI 등
◆공격적 점유율 확대,생존경영 강조
주요 기업 CEO들은 불황 극복을 위해 효율과 유동성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위기 이후 찾아올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미래 신사업 준비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요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는 속에서도 올해 최소한 시장 성장률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최대한 흑자 기조도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말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시한 일본 기업의 추격이 거세질 것"이라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태양전지,발광 다이오드(LED)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은 "올해의 목표는 생존이 최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사업에 필요한 예산만 집행하는 등 경영에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해 나갈 계획"이라고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불황 돌파 경영 진용 본격 출범
주요 기업들은 올해 초 경영진 인사에 이어 불황을 돌파할 경영 진용의 인선을 마무리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을 그룹 지주회사인 SK㈜ 공동 대표이사와 주력 계열사 SK텔레콤의 등기 임원에 선임하는 등 SK가(家)의 형제경영 전통을 강화했다. SK에너지는 구자영 총괄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5년 만에 CEO를 교체했다.
현대자동차는 이정대 부회장(재경 총괄)과 양승석 사장(영업 총괄),강호돈 부사장(울산공장장)을,삼성전자는 세트 부문장인 최지성 사장,감사팀장인 윤주화 사장,사업지원팀장인 이상훈 부사장을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등 50대 중반의 재무 · 영업통을 전진 배치하는 새 진용을 갖췄다. 현대차 양 사장과 강 부사장은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김태훈/송형석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