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락에 금융시장 봄기운 '가득'

금융시장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3일 연속 폭랑장을 연출하며 동안 90원 가까이 급락하자 금융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한달만에 1160선을 회복하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 12일 이후 3거래일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섰다.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환율이 지난달 단기간 내에 폭등한 점을 감안할 때 하락도 비슷한 속도를 낼 뿐 환율과 금융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사흘동안 88원 폭락, 1400원선 안착
17일 원달러 환율은 역외 달러 매도와 코스피 지수 3% 이상 급등으로 사흘째 폭락세를 이어가며 1400원대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1.5원이 폭락한 1408.5원으로 마감됐다.
이같은 환율 레벨은 지난달 13일 1404.2원 이후 5주만이다.
또 지난 13일 이후 최근 3 거래일동안 88원이 폭락했으며 지난 1일 종가 1570.3원 대비 161.8원이 급락한 것이다.원달러 환율은 역외환율이 1420원대로 급락했다는 소식에 개장부터 전날보다 10원이 하락한 143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직후 최근 하락 폭이 과도하다는 심리가 시장에 감돌면서 낙폭을 반납, 1430원대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외에서 매도물량이 나오고 코스피 지수 상승폭 확대, 수출기업 네고물량 출회 등으로 다시 급락, 장중 1401원까지 내려가며 저점을 확인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역외환율 급락과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환율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며 "특히 역외에서 달러를 매도, 결제수요 등을 받아내며 환율 급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 3% 이상 급등…한달만에 1160선 돌파
이날 코스피 지수는 3% 이상 급등하며 한 달만에 1160선을 회복했다.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1149.74)을 뛰어넘어 사흘만에 강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8.42p(3.41%) 상승한 1163.8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6,89p 상승한 394.66을 기록했다.밤사이 미국 증시가 차익매물이 나오면서 닷새만에 약세로 돌아섰지만 국내 증시는 견조한 모습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경기회복 기대감을 밝히는 등 미국시장의 투자심리는 진정된 분위기가 완연했다.

1차 고비로 예상됐던 120일선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1140선을 넘어설 때마다 상승탄력이 둔화되며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축한 에너지는 오후장에서 힘을 발휘했다.코스피 지수는 오후들어 서서히 고점을 높이더니 120일선을 돌파하자 탄력이 가중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사흘째 폭락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아시아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일본 증시는 3% 이상 올랐고, 중국 증시도 3% 가까이 상승했다. 대만과 홍콩 증시는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크지 않았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시장을 이끌었고 외국인도 매수에 동참하는 등 수급 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120일선을 넘기며 자신감을 찾았고, 환율 급락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대내외적 재료들의 변화가 적다. 환율은 급등에 따른 급락으로 분석되고 코스피도 박스권 장세 속 상승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모멘텀에 따라 단기매매에 치중하는 자금들을 중심으로 주식 매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며 "외국인의 '셀코리아(Sell Korea)'가 멈췄다고 판다하기 힘들다"고 말했다.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