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뎅'의 재발견‥LG전자 '스테인리스' 바람

'스뎅 가전'을 아시나요?

스뎅(스테인리스) 소재를 이용한 가전제품은 사실 우리에게 친숙할 정도로 가까이에 있다. 대형 업소에서 사용하는 냉장고,오븐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모두 '스뎅'디자인이다. 그래서인지 스뎅가전은 소비자에게 크기만 크고 멋은 없는 '업소용'이란 인식이 깊게 뿌리박혀 있다. 그런 스뎅가전이 최근 환골탈태하고 있다. 최고급 가전에 새롭게 스뎅 디자인이 도입되면서 전자 업계에는 스뎅가전 바람마저 불 태세다. 어떻게 된 일일까.

◆스뎅의 대변신

스뎅은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최고급 디자인 소재로 꼽히는 아이템이다. 은은한 빛깔에 부드러운 재질감.게다가 럭셔리하고 심플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해외 명품 가전업체들이 스테인리스 디자인을 채택한 가전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해외 수출제품에 한해서는 스테인리스 소재를 적용해 팔고 있을 정도로 해외에선 소비자 반응이 좋다. 유독 업소용 제품이란 생각에 한국에서만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던 스뎅 디자인을 다시 돌아본 것은 LG전자다. 흰색,빨강 일색인 가전제품에 피로감을 보이는 소비자에게 스뎅 소재로 새바람을 불러넣겠다는 게 LG전자의 전략이다.

◆포토 에칭공법의 등장

LG전자가 도전한 것은 포토 에칭공법.기존 스테인리스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미술 작품과 같은 장식성을 가미하는 시도다. 디자인을 '금속공예' 수준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소비자에게 스뎅의 재발견 기회를 주겠다는 전략이다. 처음 선택했던 것은 하상림 작가의 꽃.반도체에나 쓰이는 초정밀 가공 기술인 포토 에칭기법을 사용해 꽃문양을 스테인리스에 새겨넣었다. 꽃잎의 음영과 질감까지 표현할 수 있는 이 공법을 마친 뒤에는 강화유리로 마감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총 10개월이 걸린 지난한 작업이었지만 이것으로 국내용 스뎅가전 1호인 디오스 냉장고가 탄생할 수 있었다.

◆스뎅가전 '세트'로 고급화

LG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세트화' 전략을 택했다. 트롬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의 세트로 묶어 판매하기 시작한 것.제품 전면에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스테인리스 소재에 하상림 작가의 아트플라워 패턴을 더한 세탁기-건조기 세트는 동급 최고가인 600만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앞면에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한 6인용 식기세척기와 복합미니오븐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심플하고 절제된 디자인을 부각시켰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테팔 전기주전자 '비테스에스 스테인리스 스틸'과 세련된 주방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리홈의 압력밥솥 'LJP-HG100CV' 등도 스테인리스 소재를 도입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전 제품들이다. 구매자들은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스테인리스 가전 제품 구매 요인으로 꼽는다.

박경수 LG전자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샤인 디오스에 처음으로 스테인리스 디자인을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도 빌트인 가전 등 최고급 제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