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여의도는 365일 싸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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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재 정치부 기자 yoocool@hankyung.com"국회가 열리면 야당이랑 싸우고,휴회만 하면 우리끼리 싸우니 국민들 보기 민망해서 원…."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은 18일 기자에게 "하루라도 싸우지 않는 국회의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국민만 바라보며 바른 의정활동을 펼치겠다'며 국회에 입성했던 1년 전의 포부와 비교하면 너무도 소박한 소원이지만 여전히 친이-친박 간 계파싸움이 벌어지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양 계파 간 갈등의 뇌관으로 거론되던 4 · 29 경주 재보선은 예상대로 친이-친박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 특보를 지낸 정수성 무소속 후보가 현수막에 박 전 대표와 악수하는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걸어놓고 본격적으로 '박근혜 마케팅'을 시작하자 친이 실세 의원들이 견제에 나섰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정 후보의 '당선 후 한나라당 입당' 발언에 대해 "선거 구도 전체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그런 발언을 했다.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전날 "박 전 대표 뒤에서 친이-친박 대결로 몰고 가는 듯한 모습을 공론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공세를 펼쳤다. 오로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기형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정 후보나 여전히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 식구(정종복 전 의원) 감싸기에만 급급한 친이계 모두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 총선에서 친박 열풍에 밀려 낙선한 친이계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가세했다. 다음 달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들 당협위원장은 지난 17일 "복당한 친박 의원들에게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주는 건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라며 '임기 1년 자동연장'과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중앙당 위임' 등을 주장했다. 이에 친박계 의원들은 "현역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는 것은 관행상 당연한 이치"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선 경선이 끝난 지 2년이 다 되도록 계파 갈등을 방치만 하고 있는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이런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만 이루려는 정치꾼들의 싸움판에 초선의원들의 초심도,국민들의 인내심도 지쳐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