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자본시장법 두 개의 맹점

윤계섭
전문직종 20개…중복취득 부담
윤리등 보수교육도 강화해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속칭 자본시장법)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금융투자 전문인력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률 시행 이전에는 투자상품 거래가 전문 지식이 없는 직원들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자본시장법은 금융상품 거래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높여서 소정의 자격을 가진 전문인력만이 판매,평가,분석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동시에 일반투자자들에 대한 보호대책을 강화했다. 전문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보호수준을 완화하되 일반투자자들에 대해서는 설명의무,적합성 의무 등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 법은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투자 전문인력을 지나치게 세분화했다. 금융투자전문인력 자격 제도 및 자격 시험에 대한 개선을 이유로 전문인력의 종류를 무려 20가지로 분류했다. 그럴 만도 했다. 투자권유 자문인력의 경우 증권 투자권유 및 투자를 자문하는 증권투자상담사,파생상품투자권유 및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파생상품펀드투자상담사,집합투자증권 및 신탁계약체결에 관한 투자권유 및 투자자문을 담당하는 펀드투자상담사,그리고 투자자문업에서 금융투자상품 자문을 전담하는 투자자문상담사 등 4종류의 전문인력들로 구성됐으니 말이다. 둘째 전문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 투자상담관리사와 금융투자분석사 시험이 신설되는 등 자격 시험 수가 늘었다. 그러나 자격증을 획득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대한 대책은 허술하다. 전문 인력은 협회가 실시하는 보수교육을 2년에 한 번,펀드투자상담사는 1년에 한 번만 받으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윤리교육은 1년에 4시간만 하게 돼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투자자들은 과거와 거의 같은 투자환경에 처하게 됐다. 지속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는 전문인력의 경우 최신 금융 기법으로 만들어진 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부족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인력 확보에 많은 비용을 들이게 됐다. 자격증이 없는 인력은 업무에 투입할 수 없을 뿐더러 업체는 자격증을 가진 인재들을 전 분야에 걸쳐서 일정 수 이상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전문인력의 분류와 자격 획득 과정을 단순화해야 한다. 20개에 달하는 전문 직종의 분류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사실상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다르다고 분류한 경우는 없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자격증의 경우 중복 취득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법령에는 규정돼 있지 않지만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는 CFP(재무설계사)나 CFA(증권분석사)자격 소유자들에 대해서는 자격 시험 자체를 면제시켜줄 수는 없더라도 시험 과목의 일부 면제를 고려해볼 만하다. 둘째 자격 획득 인력에 대한 보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자격증 취득자의 역량 유지 및 강화,그리고 신뢰성 확보 등을 위해서 강도 높은 보수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윤리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금융사고의 규모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이와 관련,미국 증권산업규제기구(FINRA) 소속의 지속교육규제위원회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수많은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만하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도 하기 전에 바꾸자는 이야기를 하느냐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문제가 본격화하기 전에 조기에 처방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의 기본 정신에 충실한,일반투자자와 업계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