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정치권 로비 '판도라 상자' 열리나

이정욱씨 구속.송은복씨 영장
대검, 이광재의원 소환 검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잘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주변'을 거쳐 점차 '핵심'으로 다가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검찰이 박 회장의 정 · 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본격 나선 이래 첫 구속자가 나오고 박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지역 정치인들이 하나둘씩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19일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구속했다. 이 전 원장은 2005년 4 · 30 재보궐 선거 당시 경남 김해갑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4월 중순 박 회장으로부터 3억원,하순 2억원을 각각 현금으로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수부는 박 회장의 계좌를 추적하던 중 일부가 이 전 원장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해 조사해 왔다.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판사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또 이날 박 회장에게 3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송은복 전 김해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송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박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 김해을 선거구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 검찰은 박 회장과 주변인들의 계좌와 통화내역 자료 및 진술을 토대로 지난 18일 오전 송 전 시장을 체포해 조사해왔다. 송 전 시장이 금품을 받은 대가로 김해시장 재직시 박 회장의 이권을 챙겨줬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아울러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5만달러 이상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태백 · 정선 · 영월 · 평창)의 소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불법 자금 수수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혀왔다. 중수부는 또 여러 정치인에게 박 회장을 소개한 것으로 거론되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조만간 부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수사의 초점이 서서히 '중앙 정치인'쪽으로 맞춰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리스트나 대상자를 확보해 놓은 다음 수사하는 게 아니라 자금추적 결과를 근거로 박 회장의 진술을 받아내기 때문에 앞으로 누가 소환될지 모른다"며 "자금 거래량이 워낙 방대해 흐름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