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55만개 만든다] 민주 '고용 품질論'으로 대립각

민주당은 19일 23조8000억원 규모의 자체 추가경정 예산안을 내놨다. 성장률 감소로 줄어드는 세수 보전액 10조원을 제하고 13조8000억원을 추가로 순수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여당도 27조~29조원(세수 보전액을 제외한 순지출액 15조~17조원)을 추경 규모로 잡고 구체적인 내역을 하나씩 발표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추경 예산안 심의를 둘러싸고 여야가 이미 전초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내세운 원칙을 놓고 보면 여야 모두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당 · 정은 추경 편성 원칙으로 '재정을 통한 직접적 일자리 창출'을 앞세우고 전체 내역 발표 전에 4조9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창출 대책을내놓았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추경안을 '일자리 추경안'으로 불러 달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크게 엇갈린다. 당 · 정은 경제위기 상황에 맞춰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절대적인 숫자는 적더라도 고용의 질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장 정부는 공공사업 분야에 2조원을 투입해 40만개의 한시적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인 반면 민주당은 복지 분야에서 절반 정도인 2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민간 고용에서도 당 · 정은 중소기업에 임금 보조금을 지급해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수립했지만 민주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6000억원의 예산을 쓸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여야의 상반된 입장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경안 몸집이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려는 여당이 심의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야당이 요구하는 세출내역의 일부를 반영해주기 때문이다. 적자 재정 최소화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도 추경 규모가 줄어드는 것보다 세출에 자신들의 요구내용을 반영시키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실제 지난해 9월 처리한 추경 예산안의 규모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통과시키려던 것보다 7%(3008억원) 늘어났으며,올해 예산안 심의에서도 선심성 예산이 끼어들며 정부안에 비해 보통 1조원 이상 깎이던 전체 삭감액이 1000억원에 그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