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원자재시장으로 급속 유입

금·원유·비철금속 동반 급등
弱달러·인플레우려…투기 가세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이 발권력을 동원,돈을 찍어 경기부양에 본격 나서면서 국제 원자재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통화 팽창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약세 우려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금 원유 비철금속 등 원자재 매입에 앞다퉈 나서자 가격이 치솟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장기국채 매입 등을 통해 총 1조1500억달러를 시장에 추가 공급키로 결정한 다음 날인 1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WTI(서부텍사스원유)는 7.2% 급등한 배럴당 51.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50달러대로 올라선 것은 작년 12월1일 이후 처음이다. 금값도 연일 고공행진이다. 이날 금 4월물은 8% 급등,온스당 958.80달러에 마감했다. 투기자금이 몰리며 구리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은 물론 콩 옥수수 등 곡물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주요 17개 선물상품으로 구성된 대표적 원자재 가격지수인 로이터 제프리 CRB지수는 5.31% 뛰어 225.30을 기록했다. MF글로벌의 닉 칼리버 애널리스트는 "FRB의 양적 완화 정책이 인플레 기대심리를 높이고 있다"며 "글로벌 자금이 원자재시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당장은 천문학적 유동성을 공급해 경제를 살리는 게 급선무지만 결국은 인플레라는 복병을 만나게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고 전했다.

대규모 달러 공급에 따른 달러화 약세 전망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달러화는 FRB 발표 이후 엔 유로 파운드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급락했다. 이날 달러 가치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93.55엔까지 떨어져 한 달 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20일 도쿄시장에서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8일 연속 떨어지면서 유로당 1.3739달러에 거래돼 지난 1월9일 이후 최저를 보였다. 하지만 세계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원자재값 상승세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