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ㆍ음악ㆍ책의 유쾌한 동거, 미술관으로 봄나들이 갈까

직장인 대상 이색 전시회 줄이어
불황에 시달리는 미술관과 화랑들이 직장인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는 봄 시즌을 맞아 '그림과 음악의 유쾌한 동거' '온고지신''내일''일루전''사물의 대화법'전,'펀 북(Fun book)'전 등 아이디어 기획전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감상하도록 전시장을 꾸미는가 하면 고미술과 현대미술를 연계시킨 이색 프로그램,다양한 북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 등 형식도 다양하다.

전시장에 소규모 도서관을 연계시킨 미술전도 등장했다.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이 봄 나들이를 겸한 '미술 여행'으로 즐겨볼 만하다.

서울 인사동의 토포하우스갤러리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전시회를 기획했다. 주제는 '그림과 음악의 유쾌한 동거'(30일까지).직장인 관람객들이 봄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전시장에서 그림을 보며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대형 오디오시스템을 설치했다. 비발디의 '사계'를 비롯해 베토벤 교향곡 '운명''황제''월광소나타',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등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관람객이 직접 선택해 들으면서 악기나 악보를 소재로 다룬 강경규,엄의숙,김일해씨 등 14명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28일에는 전시장에서 영재 바이올리니스트 홍예린씨의 독주회가 각각 열릴 예정이다.

농어촌 같은 소외 지역에 조립형 도서관을 지어 공급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다음 달 26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2층에서 열리는 '내일'전은 설치 작가 배영환씨의 컨테이너 박스형 도서관 모델을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예술과 공동체의 삶을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관람료 수입은 컨테이너 도서관 제작 및 도서 구입비로 쓰인다. 책을 기증하는 관람객에게는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책에 대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울 코리아나미술관의 '펀 북(Fun book)'전(4월15일까지)은 북아트 디자이너 40여명의 작품 100여점을 보여주는 전시회다.

책을 독서의 대상뿐만 아니라 보고 먹고 만지고 즐기고 직접 만드는 예술 작품으로 대하는 것.전시 기간 전통 탈,야생화,공룡,가고 싶은 나라 등을 주제로 책을 제작해보는 '북워크숍'도 진행된다.

관람객들이 미술품을 통해 착시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이색 전시회도 마련된다.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의 '일루전'(4월16~30일)에는 강현선,김강용,이경미,이용덕,패트리 휴즈 등 현대미술 작가 5명의 착시현상을 소재로 한 회화 · 조각 10여점이 출품된다. 큐레이터들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미술품에 담긴 착시현상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줄 예정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온고지신'전(29일까지)에서는 인기 작가 사석원의 '호랑이',고영훈의 '불두',정종미의 '미인도' 등 현대미술 작가 26명의 회화 30여점과 조선시대 도화서 출신 이한철의 '수양공주 희화도' 등 옛 그림 10여점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서울옥션의 113회 메이저경매 프리뷰 행사에는 미술품 101점과 현대자동차 신형 '에쿠스'가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끈다.

이인홍 한국미술투자연구소 소장은 "일부 미술관과 화랑들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된 전시로 신규 직장인 컬렉터들을 유치하려는 것 같다"며 "관람객들이 이런 시도에 얼마나 호응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