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보호주의 장벽 높이기 '氣싸움'

美, 가금류 수입금지 연장…中은 코카콜라 M&A 불허
남중국해서 지질조사 문제 등 정치적 갈등도 깊어져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위한 수입관세 인상과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 충돌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두 강국은 상대방의 보호무역주의를 비난하면서도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는 강화,자유무역에 대한 벽(Wall)을 높이는 이율배반적 행동도 보인다. 양국 지도부가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에 합의해놓고도 실제로는 상호불신의 바다에 빠진 모습이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인터넷판에 따르면 셰전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보호무역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산화탄소 규제를 위해 수입관세를 높여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비난했다.

이는 탄소배출권 거래를 하지 않는 나라의 물품을 수입할 때 관세에 벌과금을 얹어야 한다는 스티븐 추 미 에너지장관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셰 주임은 "선진국들은 말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보호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선 한발 더 나아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중국산 제품을 사서 쓰는 외국에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또 중국산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대한 미국의 수입금지 조치 연장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04년 미 · 중 양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상호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가 다시 풀기로 합의함에 따라 수입을 재개했는데 미국은 아직도 금지하고 있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미 · 중 간 불신의 골은 중국 최대 음료업체 후이위안에 대한 코카콜라의 인수 계획을 중국 당국이 불허하면서 더 깊게 파였다. 중국은 반독점법을 앞세워 24억달러를 들여 후이위안을 사들이려는 코카콜라의 계획을 무산시켜버렸다.

량자밍 홍콩화푸금융 연구원은 "자동차 전자 등 7개 전략산업 분야 기업은 해외 기업이 인수하기 까다로운 규정을 달아놨는데 음료는 전략산업이 아니다"며 "계약이 성립될 수 없다는 법적인 근거를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친강 중국외교부 대변인과 야오젠 상무부 대변인은 잇따라 "충분한 검토와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이며 결코 보호주의를 위한 게 아니다"고 해명해야 했다. 남중국해에선 양국 간 대치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미국이 조만간 남중국해에서 해저 지질조사 활동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미 · 중 간 또 다른 갈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조사 예정 지역에는 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포함돼 있어 중국과의 갈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앞서 이달 초 남중국해에선 중국 해군 함정 등 선박 5척이 미 정찰함 임페커블호의 진로를 막고 대치하는 사건이 빚어졌다. 이 사건 이후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워싱턴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사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협력하자고 합의했지만 공염불에 그치는 모습이다. 300만㎢에 달하는 남중국해는 천연가스와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각각 '아메리카 월(America Wall)'과 '차이나 월(China Wall)'을 높이고 있다. 미국이 멕시코산 수입상품을 실은 트럭 운행을 규제하고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사의 외국인 고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나,중국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자국산 철강 및 자동차 구매를 유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