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낭비 일벌백계" 마땅하다

서민들을 위한 복지예산이 정확한 지원대상에，투명하게，그러면서도 적기(適期)에 집행되는 행정시스템은 도대체 언제쯤이나 정착될 것인가.

전근대적이고 후진국형의 예산횡령이 곳곳에서 빈발하는한 선진국 진입은커녕 효율적인 저소득층 지원 및 중산층 육성도 요원한 얘기다. 감시감독 시스템을 완벽하게 새로 구축하든 집행 공무원들의 의식을 뜯어고치든 획기적인 방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라디오 연설에서 밝힌 '예산집행 실명제 도입'이라든가 '의도적인 부정은 일벌백계' 방침은 이런 상황에서 주목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특히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할 돈을 횡령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며 이중삼중의 검증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의 부패나 안일한 업무가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나서서 이렇게 강한 어조로 문제를 제기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했을까 싶다.

지난해 쌀직불금 파동에 이어 최근 서울 양천구와 전남 해남군의 복지예산 횡령 사건을 보면 지금 이 순간 또 어떤 곳에서 예산이 새고,적절한 감시감독도 없이 방만하게 집행되는 혈세 또한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어렵다. 이런 점에서 공직자의 예산낭비가 탈세와 같은 범죄라는 대통령의 언급 또한 국민들의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 것에 다름아닐 것이다.

따라서 재발대책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해 정부는 저소득층 지원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초대형 추경예산안의 구체내용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다잡지 않으면 안될 과제다.

우선 복잡다기한 복지예산지원금의 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 복지예산만 해도 가짓수가 100여개에 달하고 관련정보 또한 기관별로 분산,단절돼 있다.

이러니 실무담당자 외에는 구체적인 집행내용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책임자가 전체적인 윤곽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또한 힘든 것이 현실이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일선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상하 공무원들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의식개혁임은 다시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현실적인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