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매너리즘 빠진 기업문화…'호주 공교육' 혁신을 보라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말하는 '조직문화 바꾸기'
업무 효율이 극대화된 조직,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발하는 조직,위기가 와도 좀체 흔들리지 않는 조직.

모든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런 조직을 열망한다. 2등 기업의 CEO는 1등이 되기 위해,1등 기업의 CEO는 미래에도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끝없이 기업문화를 바꾸려 애쓴다. 그러나 숱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CEO들의 기업문화 혁신 시도는 성공한 경우보다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기업문화 혁신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호주 빅토리아주 교육청의 공립학교 혁신 사례를 소개한 '조직문화 바꾸기(Driving culture change)' 보고서를 통해 변화의 밑그림은 크게 그리되 혁신은 현장에서부터,그리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BCG 보고서를 바탕으로 조직문화 바꾸기의 ABC를 정리한다.

◆변화,힘들지만 불가능은 없다

조직문화 혁신은 개개의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그리고 다른 동료와 협력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규모가 크고 업무가 복잡하면서 다양한 하위 조직이 있는 기업에서는 특히 그렇다. 언제나 그래왔던 관행,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런 저런 불확실성,회사 안에 만연하는 의구심,그리고 크고 작은 구성원들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BCG는 보고서에서 호주 빅토리아주 교육청은 강력한 추진 의지 및 명확한 변화 방향 설정,일선 학교에서 현장 중심으로 일궈지는 혁신이 조화를 이루면서 공교육 개혁 및 교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이뤄냈다며 많은 기업이 참조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큰 그림을 먼저 그려라

교사들의 수업 태도 등 현장의 교육문화를 바꿔야 공교육 경쟁력이 살아난다고 판단한 빅토리아주 교육청은 2003년부터 5년간 끈기있게 개혁을 추진했다. 결국 1600개 공립학교,4만명의 교사,50만명의 학생들을 변화시켰다. 빅토리아주는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지금 호주에서 공립교육 경쟁력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거듭나게 됐다. 빅토리아주 교육청이 먼저 한 일은 명확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한 것이었다. 교사들을 전문가 집단으로 인정한 뒤 그들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지원해 수업능력을 높이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춘 '평가개발(P&D)' 프로그램을 내놨다. 그리고 P&D 문화가 제대로 정착된 학교에는 교육청에서 인증서를 수여한다는 로드맵도 만들었다. 인증서는 학생들의 학교 선택 때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어 P&D 프로그램 활성화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또 일선 학교에 P&D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여긴 가이드라인 5가지만 제시했다. 신입 교사들에 대한 효과적인 교육과 지도,다양한 방식의 교사 평가체계 구축,학교 특성에 맞는 교사자질 함양 계획,교사 개인별 전문성 제고 방안,P&D 프로그램에 대한 교사들의 수용 등이다. BCG는 빅토리아주 교육청의 분명한 목표 제시와 단순화시킨 변화 가이드라인 등이 타성에 젖은 교육현장의 문화를 뒤바꾸는 근간이었다고 소개했다.

◆현장이 움직여야 변화한다빅토리아주 교육청은 교육문화를 바꾸려면 현장이 바뀌어야 하고,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현장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사평가제 도입 및 교사 자질 함양 프로그램 도입이라는 큰 원칙만 제시하고 실무적인 방법론은 모두 일선 학교에 맡겼다. 교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며,교사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등은 전부 현장에서 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교사 평가만 해도 모든 수업에 대해 학생들이 점수를 매기는 방식부터 2인1조로 동료 교사가 다른 교사의 수업에 참관한 뒤 서로를 평가하는 방식,교사들로 구성된 팀이 주기적으로 수업을 듣고 평가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이 학교별로 달리 동원됐다. 교사들의 수업기법 개발이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재교육프로그램도 지역별 · 학교별 실정에 맞게 자체적으로 마련됐다. 지속적으로 교사를 평가하고 끊임없이 자질을 높여간다는 가이드라인에만 맞으면 모두 인정됐다.

이처럼 현장에 맞는 개혁이 속도를 내면서 교사들끼리 수업 방법론에 대한 토론이 활성화됐고 교사와 학생 간 대화가 늘면서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다른 학교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됐다. BCG는 "빅토리아주 교육청의 개혁은 중앙의 강력한 의지와 분명한 비전,일선 교육현장의 개혁을 향한 자율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5년 만에 엄청난 성공을 일궜다"고 설명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