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과 함께하는 경영노트] 존경받는 스웨덴 '발렌베리' 家

멀리보되 발밑도 살피는 균형 '탁월'
GE를 초우량 기업으로 키워 '이 시대 최고의 CEO'로 불렸던 잭 웰치가 일종의 고해성사를 했다. CEO시절 주주가치 경영의 숭배자로 나섰던 그가 이제는 오히려 '주주가치 경영이 기업을 단기 실적에 집착하게 만든다'며 반기를 든 것이다.

'주주가치론'에 의해 공격받아온 재벌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스웨덴의 대재벌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은 주목의 대상이다. 오너 경영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발렌베리는 무려 150년 동안 번영을 누리고 있다. 지주회사 인베스터(Invetor)와 발렌베리재단을 통해 통신장비 분야 세계 1위 에릭슨,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발전설비 부문의 ABB 등14개 자회를 거느리고 있다. 전체 투자 기업은 130개에 달한다. 발렌베리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장기적인 안목과 단기 경영성과 사이에서 탁월한 균형감각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지배구조를 보자.지주사인 인베스터가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모든 자회사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발렌베리는 자손들이 자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가운데 장기적인 안목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적극적 오너십'을 표방한다.

하지만 발렌베리의 오너십은 구조조정,인수합병,CEO 선임 등의 굵직굵직한 의사결정에만 발휘된다. 일반 안건에선 간섭을 최소화한다. 그래야 단기와 장기실적 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유기업의 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영향력이 작아지는 것도 감수한다. 더 나아가 발렌베리가는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10년,20년 뒤를 내다보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또 발렌베리가는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과학 등의 발전에 공헌하고 또다시 이 혜택을 모두가 누리는 장기적인 선순환을 만들어 냈다. 한 예로 기초과학 분야의 스웨덴 노벨상 수상자 모두가 발렌베리재단의 도움으로 연구를 시작한 과학자들이다. 노조 역시 갈등의 대상이 아닌 경영 파트너로 인식한다. 전통적으로 이들과의 관계를 중시해 노조 지도자들과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눈다. 또한 이사회 멤버 중 일정 비율 이상을 노동자 대표로 구성함으로써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스웨덴 국민들은 "발렌베리를 존경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150년에 걸쳐 우량 기업을 운영하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발렌베리.이들의 경영 원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멀리 보되,발 밑도 살피는 균형감각이다.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이사/윤혜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