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증시에 부는 녹색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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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식 증권부 차장 hssohn@hankyung.com'녹색 성장(그린 뉴딜)'이 일자리 창출은 물론 미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은 녹색 성장을 통해 글로벌 금융 위기로 불거진 경기 침체를 해소하고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데 발벗고 나섰다. 일각에선 지난 수십년간의 석유 소비사회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녹색 성장과 관련된 기업들은 기존 사업을 뛰어넘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국내 증시에서는 이들 업체의 녹색 바람이 거세다. 코스피지수가 1200선을 탈환하고 코스닥지수가 400선을 회복하는 데 녹색 성장주들이 원동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중 부동자금이 차츰 주식시장 쪽으로 이동하는 최근의 미니 유동성 장세에서도 이들 녹색 성장주가 선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단조업에 주력하던 조선기자재 업체로 풍력 산업에 뛰어든 태웅과 발광다이오드(LED) 업체인 서울반도체는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순위 2,3위로 뛰어올랐다. 서울반도체는 올 들어 3배 수준으로 뛰었고,유가증권 시장의 LED 업체인 LG이노텍도 70% 넘게 올랐다. 녹색 성장주가 '반짝 테마'가 아니라 꾸준한 매수 타깃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풍력 발전과 관련해선 현대중공업 효성 태웅 등이 관심을 끌고 있고,휴대폰 노트북 등의 차세대 조명원인 LED 분야에선 삼성전기 LG이노텍 서울반도체 등이 각광받고 있다. 태양광에서는 동양제철화학 KCC 소디프신소재,원자력 부문에선 두산중공업과 한전KPS 범우이엔지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녹색성장 분야는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주요 녹색산업 관련 업체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래가 밝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도 그동안 녹색 성장에 대해선 투자를 늘리지 않아 우리 기업들로선 충분히 해 볼 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선진국들이 녹색 분야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인 것은 최근의 일이다. 미국은 지난해 말 '오바마-바이든 플랜'을 통해 향후 10년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150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고,영국은 대체에너지 산업에 100억파운드를 투입할 방침이다. 아시아에서도 일본이 환경성을 중심으로 '그린 뉴딜 구상'을 정책으로 만들고 있으며,중국은 경기부양 자금 4조위안 중 일부를 환경 · 에너지 사업에 투입키로 했다. 우리 정부도 풍력 LED 등 그린 에너지 사업에 민간 자본을 합쳐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입하는 등 '녹색 뉴딜' 사업에 5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증시에서 한때 열풍을 일으켰다가 소멸된 바이오 등과 달리 녹색성장 분야는 '신기루'를 좇는 것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산업이라는 평가다. 단순한 '버블'이 아닌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은 이때문이다. 그린 에너지 시장 규모만 해도 주요 국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2020년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앞으로 녹색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