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대학을 세계톱 만든건 연봉의 힘"

로젤 美 델라웨어대 명예총장
"대학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연봉을 많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봉을 많이 주면 우수한 교수요원들이 몰려들고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수준도 높아진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

1990년부터 17년간 미국 델라웨어대 총장으로 재직하며 시골의 무명 대학을 세계 대학 랭킹 23위(US 월드리포트 2003년 발표)까지 끌어올린 입지전적 인물인 데이비드 로젤 명예총장은 대학 경쟁력의 핵심은 '샐러리(연봉)'라고 강조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세계 석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로젤 전 델라웨어대 총장은 "재직시절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유능한 교수,학생,교직원 등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었다"며 "유능한 인재들이 얼마나 많이 일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경쟁력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델라웨어대의 교수 및 교직원 3분의 2는 그가 직접 선발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연봉 수준은 미국 전체 대학 중 상위 20%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로젤 명예총장 자신도 미국 공립대학 총장 중에서 최고의 연봉을 받기도 했다.

그는 높은 인건비를 대학의 행정 비용 절감을 통해 충당했다. 수학박사 출신으로 IT(정보기술) 전문가였던 그는 1990년대 후반 미국 국립대 중 처음으로 인트라넷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대학 내 모든 행정 시스템을 전산화했다. 예를 들어 한 단과대학이 물품을 구입할 때도 구매부서가 하던 일을 전산화해 중간 과정을 없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어났고 각종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로젤 명예총장은 또 연초 회의를 통해 그해의 비용 절감 목표를 정하고 반드시 실천하도록 했다. 그는 "만약 비용 절감률을 16%로 정했다면 반드시 그 이상 줄이도록 했다"며 "해마다 전년보다 더 높은 목표를 달성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적극적인 기부금 모금도 고액 연봉의 재원이 됐다. 그는 "졸업생들의 세세한 정보까지도 전산화해서 기부금 모금에 활용했다"며 "이를 통해 기부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로젤 명예총장은 "한국 대학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기업이 하는 것처럼 뼈를 깎는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특히 공립대라고 해서 공기업처럼 방만한 경영을 한다면 글로벌 경쟁 시대에 도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성선화/사진=강은구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