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 "1분기 성적표 받아보기 두렵다"

판매·영업이익률 급감…일일단위 시장분석
시나리오 경영플랜 기업들 전략 수정 고심
삼양그룹은 이달 초 본사 10층 회장실 옆에 있는 66㎡(20평) 남짓한 사무실에 일일 상황실을 설치했다. 그룹 계열사가 생산하는 250개 제품 가격과 판매 현황,환율 변동 추이를 매일 점검하는 이른바 '워룸(war room)'이다. 올해 전체 경기의 바로미터가 될 1분기 실적이 기대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영전략 수정을 위해 마련한 비상경영 대책의 하나다.

경영기획실 직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워룸에는 각 사업부문장들이 하루에 한 번씩 방문,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일 단위의 시장 분석을 토대로 매주 월요일 사업계획 수정 및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전략회의를 열고 있다. ◆주 · 월 단위 시나리오 플랜 마련

기업들이 올해 경영전략 수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2개월 또는 분기 단위의 시나리오 경영계획을 짰던 대부분의 기업이 올 1분기 실적이 당초 목표치에 못 미칠 게 확실해지면서 2분기 경영계획 수립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 들어 원 · 달러 환율 급등 효과를 누렸던 수출 기업도 최근 불안정해진 환율 탓에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대 · 기아자동차는 1분기가 거의 다 지난 지금도 연간 계획은커녕 분기별 판매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 등 경쟁사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완성차 수요 부진으로 올 1분기 실적이 작년 대비 큰 폭의 감소가 불가피한 탓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 들어 월별 판매계획을 짜고 있는데 아직 다음 달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포스코는 20% 안팎을 유지하던 영업이익률이 지난달 5%로 급락했다. 이 회사는 당초 분기 단위로 경영계획을 세우기로 했지만 실적 불안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주마다 미세 조정하는 식으로 대응 체제를 바꿨다.

◆눈감고 경영계획 짤 판

1분기 시장 상황 호전을 기대했던 정유업계도 예상보다 더딘 경기 회복 속도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강세를 보이는 휘발유를 제외하곤 경유 등유 등 주요 석유제품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올초 반짝 상승했던 정제마진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환율 유가 등 시장 변수 전망도 불투명해 눈을 감고 2분기 경영계획을 세워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올해 경영계획에서 환율을 1200원대로 예상했다가 최근 비상점검반까지 설치하며 2분기 경영계획 수정에 착수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불안한 환율 움직임에 대처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며 "탄력적인 환헤지 전략을 통해 환차손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도 원 · 달러 환율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섬에 따라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LG전자는 전사 경영회의를 월 2회로 확대,월 단위의 경영계획을 보름 단위로 변경했다. 이 회사의 1분기 글로벌 매출은 달러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등 환율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매출 비중이 큰 북미 · 유럽 지역에서 1분기 시장 수요가 20~30% 감소,2분기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정호/김태훈/장창민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