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불황, 우리가 뚫는다] 한국건설경영협회 … 10년내 美 백텔같은 글로벌 社 키운다

한국건설경영협회(한건협)는 국내 30대 대형 건설사들의 최고경영자(CEO)가 모여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다. WTO(자유무역기구) 체제 출범으로 건설시장 개방,국제화 등이 숨가쁘게 이뤄지던 1992년 창립됐다. 대부분의 건설 관련 협회들이 건설산업기본법,주택법,해외건설촉진법 등 각종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데 반해 한건협은 민법상 사단법인으로 그야말로 순수한 민간 단체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변탁 한건협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40~50년간 국가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건설업이 지금의 불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다면 위기가 끝난 후 제2의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향후 10년 내 벡텔(미국),KBR(영국) 등 글로벌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국내 건설사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건협은 기획 · 정책 · 기술 등 각 분야별로 회원사 간 회의체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CEO에서부터 임원,실무자에 이르기까지 비정기적 모임을 수시로 열고 각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공공건설 투자 확대와 관련해 현행 인위적 물량 배분 방식과 지나친 가격 위주의 경쟁 시스템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실제 지난 13일 한건협 주최로 열린 '건설업의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의 따끔한 비판과 함께 각종 대안이 나왔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예산 10% 절감 정책에 따른 공사비 삭감과 가격 경쟁 위주의 정부 공사 입 · 낙찰 제도로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덤핑 수주가 늘어나고 있다"며 "공공건설 투자 확대가 경기부양책이 아닌 건설산업 구조조정 대책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수요 기관과 조달청으로 이원화된 공공발주 방식을 일원화하고 공사 수주시 '계약단가' 대신 실제 공사에 들어간 단가인 '준공단가'를 발주 예정금액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또 최저가 낙찰제를 대신해 기술과 품질을 위주로 한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사업비 절감과 수익성 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건협은 건설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해외 건설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 중이다. 또 글로벌 건설 시장에 대한 회원사 공동 벤치마킹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급부상 중인 녹색성장 시대에 발맞춰 건설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열 계획이다. 아울러 어려운 때일수록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향후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오는 4월 '회원사 기술연구 우수사례 발표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한건협은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장기적으로 새로운 경제성장 비전을 모색하고 각 업계 간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한건협은 건설 산업의 선진화와 국내 건설사들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협회 차원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