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스포츠에서 배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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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한경 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리더십은 사람을 예로 들어 설명해야 잘 먹힌다. 예전에는 주로 정치인이나 장군들이 예화의 중심이었고 20세기 들어서는 기업인들이 주인공이 돼 왔다. 요즘에는 스포츠 감독들이 리더십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운동경기를 예로 들면 누구라도 관심있어하고 설명하기도 쉽다. 실제 그 주인공이 놀라운 성적을 올리는 것을 TV 등을 통해서라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리더십 비결에 대한 공감대도 금방 형성된다. 경쟁이 아름답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스포츠의 덕목이다.
스포츠 리더십이 수용성이 높은 것은 그러나 유행을 타거나 쉬워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스포츠에서 필요한 지도력이 요즘 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실제로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다. 기업들이 당면한 문제는 바로 높아지는 이동성(mobility)이다. 평생직장이 회사로서나 개인으로서나 부담스러운 개념이 되면서 요즘 직장사회는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들이 모인 곳이 됐다. 당연히 스포츠팀에서 배울 게 많아졌다. '지금 있는 곳에서도 열심히 하지만, 언제든 더 나은 곳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프로 스포츠팀 아닌가. 이동성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단기는 물론 중장기 성과를 모두 올려야 하는 것이 감독들의 미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스포츠 리더십은 이제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에서 더 자주 활용해야 할 분야라고 봐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현대에 필요한 리더십을 얘기하면서 '전쟁터의 보초' 비유를 자주 들었다. 고립된 전장에서 한 부대가 밤을 보낼 때 이 부대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인가? 바로 불침번을 서는 보초다. 계급에 상관없이 시장과 고객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승패를 결정짓는 것이다. 그것이 스포츠팀에서는 바로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인 것이다.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보초처럼, 스스로 알아서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직원을 훈련해야 변화 빠른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은 축구대표선수들의 기초체력을 길렀고,김경문 감독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심었고,김인식 감독은 애국심을 강조했다.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는 그의 비장한 출사표는 이번 WBC 야구팀을 이끈 화두였다. 그런 사명감의 바탕 위에 승리의 신명과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놀라운 성적이 나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우리를 달래주는 역할을 스포츠가 해 왔다. 해답없는 경제 리더십,악순환의 정치 리더십과 달리 스포츠 리더십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스포츠에서 진정으로 배울 점은 어쩌면 이런 흥분 아닐까. 지나친 흥분은 문제지만 집중력을 동반한 흥분은 상대의 기를 꺾는다. 우리 기업, 그리고 수많은 경제인들이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흥분이라는 에너지다. 지금 용기를 내면 내가 1등 할 수도 있다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고 돈키호테처럼 흥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렇게 수많은 필부필녀들이 스스로 흥분해서 고민하고 투자하고 살아남을려고 각자 애쓸 때 경제가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쩌면 정부나 정치의 역할은 선수를 믿고 그들이 알아서 뛰게 만드는 감독이거나, 게임의 규칙을 지키는 심판이거나, 아니면 그냥 목놓아 이기라고 외치는 관중 정도에 그쳐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