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미분양 편법계약 방치하는 정부

건설부동산부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정부는 지난달 12일 서울 이외 지역 미분양 아파트의 양도소득세 감면 방안을 내놓을 때 대책발표일 이후부터 계약한 아파트에 대해서만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계약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대책 이전에 계약을 한 사람들은 입주 후 5년간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전부 또는 60%(수도권 과밀억제권역)나 아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돼서다. 똑같은 아파트를 샀는데 단지 조금 일찍 계약했다는 이유로 남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니 얼마나 속이 쓰리겠는가.

세제혜택을 받으려는 각종 편법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재계약이나 교차계약 등이 거론됐다. 재계약은 이미 맺은 계약을 해제해서 똑같은 아파트를 다시 구입,계약일자를 2월12일 이후로 만드는 것이다. 교차계약은 같은 아파트 단지의 비슷한 층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서로 아파트를 바꾸는 일종의 '스와핑'이다. 조세특례제한법과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2월12일 이전에 계약이 해제된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양도세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서류만 조작하면 얼마든지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실제 일부 건설업체들은 일부 계약자들의 이런 유형의 편법을 눈감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건설사가 미분양주택 전체의 동 · 호수별 현황을 4월30일까지 시장 · 군수 · 구청장은 물론 관할 세무서장에게까지 내도록 해 편법을 막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분양 현황 제출시한이 너무 길어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 달 말이면 편법을 마음먹었던 사람들은 이미 변칙계약을 끝낸 다음이 된다.

정부는 감면혜택을 위한 법령 개정이 늦어지면서 편법방지책도 늦어졌다고 말했지만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개정을 전제로 세금 혜택을 줬듯이 건설업체에 미분양 리스트를 앞서 달라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2월12일 당장 리스트를 달라고 해도 만들어줄 만큼 사정이 다급한 판이었다.

그래서 국세청이 탈세 사례를 찾아낼 것이라는 정부의 답변은 무책임하다. 건설업계에서는 적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주택담당 직원도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고 있다. 성실납세자들이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정부가 탈세계약을 색출할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