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드롬'에 빠진 가이트너…잇단 舌禍로 곤욕

"SDR 사용 확대 긍정적" 실언…달러 한때 급락
인사 청문회땐 '中 환율조작' 설익은 발언도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의 좌충우돌식 중국 관련 발언이 화를 키우고 있다. 그는 위안화 저평가를 시비 삼았다가 본전도 못 찾더니 중국의 달러 기축통화 문제 제기에 실언마저 해 달러 가격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가이트너 장관은 25일 싱크탱크인 미 외교협회(CFR)의 워싱턴 모임에 참석,연설 및 질의응답을 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사용을 확대하자는 중국의 제의를 아주 긍정적(open)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새 기축통화를 달러에서 SDR로 바꿔야 한다는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의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단순히 "SDR 사용을 늘리자는 계획으로 이해했다"고 말한 것이다. 가뜩이나 달러화의 운명에 민감한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 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달러 가치는 유로화 대비 1.3%나 급락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기축통화로서 달러 역할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재확인 질문을 받고선 "달러는 오랜 기간 기축통화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고쳐 답했다. 이에 달러 가격은 이전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했다.

제임스 매코믹 씨티그룹 수석 외환투자전략가는 "최근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달러화의 기류 변화"라며 가이트너의 신중치 못한 답변을 질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가이트너 장관의 행동에서 일관성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달러 가격을 훼손한 가이트너의 발언 후 백악관이 그의 재수정 발언 내용을 다시 확인해주는 성명서라도 내야 했다"고 꼬집었다.

가이트너 장관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총성 없는 통화 전쟁의 불씨로 사실상 작용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해 수출 분야에서 이득을 얻으려 한다"며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세계 어느 나라도 중국에 위안화를 올려라 내려라 압력을 가할 수 없다" "우리가 투자하는 미국 자산의 안전성을 미국이 보증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두 차례에 걸쳐 역공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의 강한 반발에 물러서야 했다. "중국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오히려 중국의 파워를 전 세계에 확인시켜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미국 국채와 미국 경제를 절대적으로 신뢰해도 된다"고 장관이 초래한 혼란을 서둘러 수습해야 했다. 가이트너 장관으로선 그동안 중국을 상대로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재무장관의 위험천만한 발언과 행동이 차관급 실무진의 인사가 늦어져 그를 충실히 뒷받침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