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빛이 보인다] 한국 금융시장에도 '봄바람'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은 연초 수준으로 떨어졌고 코스피지수는 5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또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진정세를 보이고 국내 경기도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금융시장이 공포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원 · 달러 환율은 4일째 급락세(원화 가치 상승)를 이어가면서 1330원대로 떨어졌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2원50전 하락한 1330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거래일간 82원 급락하면서 올 1월7일의 1292원50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환율은 이달 초 6500선 밑으로까지 떨어졌던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7700선으로 급등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미 국채 매입 계획 발표로 달러화가 전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3월 무역수지가 45억달러의 사상 최대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외화 수급 상황이 점차 안정돼 가고 있다.

또 이날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611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외국인이 8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환율 하락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환율 급등세가 이제 막을 내렸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주가

회복세가 뚜렷하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상승률이 17.0%로 2001년 11월(19.7%) 이후 7년여 만의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3월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이달에 한국 주식을 1조원어치 이상 사들였고1600원에 육박하던 원 · 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급락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녹색성장 수혜주 등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추세다. 코스닥지수는 3월 들어 17.64% 올랐다. 이로써 올해 28.6%나 치솟아 세계 주요 증시 중 중국 선전종합지수(36.83%)에 이어 2위다.

◆금리채권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하향 안정되면서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수익률 차이)가 축소되는 추세다. 신용등급 A 이상인 우량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는 물량이 달릴 정도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BBB+'급 회사채에 대한 입질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량회사채의 스프레드가 급락했고 'BBB+'급 회사채 스프레드도 지난해 말 7%포인트대에서 이날 6.04%포인트로 낮아졌다.

외국인과 보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매수세도 작년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액은 올 1월 5조5760억원에서 2월 8조154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불안감이 진정되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기업의 위험을 두려워하던 분위기가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지연/유승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