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업체, 동문건설 사재출연에 곤혹

"고통분담 거부 쉽지 않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 결정이 난 동문건설의 경재용 회장(57)이 474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른 워크아웃 추진 건설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회사는 망해도 오너는 살아남는다'는 비난을 유독 많이 들어온 건설업계여서 채권단이 오너의 고통분담을 요구해올 경우 거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문건설은 지난 23일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했다고 26일 밝히면서 경 회장이 사재 474억원을 현금으로 회사에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경 회장 개인 소유인 충남 아산의 27홀 골프장(최근 준공)과 정보기술(IT)관련 자회사 르네코의 경 회장 지분을 매각해 각각 300여억원과 100여억원의 자금을 확보,출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동문은 이 자금을 1,2월 회사 운용자금으로 사용했다.

회사 측은 그러나 경 회장이 어떤 형식(유상 또는 무상)으로 사재를 출연했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 회장의 사재출연 규모는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받게 될 유동성 지원자금(494억원)과 맞먹는 수준으로 상당히 큰 금액"이라며 놀라워했다.

반면 워크아웃을 추진 중인 건설업체들은 경 회장의 사재출연이 자칫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눈치다.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오너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해올 경우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 있다"며 "과거에도 일부 건설사 오너들이 뒷돈을 챙겨놓고 회사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터라 사재출연 요구가 거세질 경우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오너들이 이미 자신의 집 등 개인자산을 채권단 측에 담보로 내놓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워크아웃 추진 업체 중 한 곳인 신일건업의 홍승극 명예회장은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땅을 채권단에 담보(평가액 70억원)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0년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도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이 3700억원대의 사재출연과 보유주식 소각을 단행했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