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석유류 공급가 공개 논란‥국내 석유제품 값 기준은

국제유가가 아니라 싱가포르 현물시장 시세
올 들어 휘발유 가격이 강세를 지속하면서 각종 석유제품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작년 말 ℓ당 1298.89원까지 떨어졌던 휘발유 가격(전국 평균가 기준)은 지난 26일 현재 ℓ당 1534.44원으로 올 들어 235.55원 올랐다. 작년 7월 배럴당 145달러대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올 들어 배럴당 40~50달러대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값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석유제품 가격결정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휘발유 경유 등 국내에서 거래되는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유가가 아니라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개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각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에 걸리는 시차 등을 고려,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1~2주 전에 거래된 석유제품 가격에 환율 변동분을 합쳐 가격(세전 판매가)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여기에 정부가 부과하는 각종 유류세를 더한 가격(세후 판매가)으로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고,주유소는 유통 비용과 마진 등을 덧붙여 최종 소비자가격을 정한다. 정유사들은 왜 국제유가가 아닌 싱가포르 현물 시장의 제품 시세를 가격 기준으로 삼는 걸까. 한때 정유사들은 원유 가격을 기준으로 제품 가격을 결정했었다. 1997년 석유시장이 자유화되면서 정부의 '고시 가격제'가 없어져 정유사들은 자율적으로 제품가격을 정할 수 있게 됐다. 1997년 이전에는 정부가 최고 가격을 정해놓으면 정유사가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였다.

1997년 시장 자유화로 정유사들이 자연스럽게 가격 기준으로 삼은 게 바로 원유(두바이유) 가격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유 가격기준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지역의 석유제품 수요가 줄면서 휘발유,경유 등 제품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0년 상반기 이후부터는 국제 시장에서 원유보다 휘발유가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가격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타이거 오일 등 발빠른 수입사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외국에서 원유보다 싼 석유제품을 대거 들여와 주유소 등에 뿌리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당시 원유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던 정유사들은 가격경쟁력 상실로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에서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처럼 원유가 아닌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가격 변화에 맞춰 결정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2001년 6월부터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이 정유사들의 가격기준으로 변경됐다. 정유사들은 2001년 6월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주유소 공급가격을 고시했다. 고유가 영향으로 제품가격 변화가 빨라지기 시작한 2004년부터는 가격발표 주기를 한 달에서 1주 단위로 앞당겼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