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서 한인 2세들 '상한가'

차관보급 3명등 10여명 포진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요직에 진출,맹활약하는 한인 2세들이 10명으로 늘어났다. 행정부 차관보급만 3명에 달한다.

최근 고홍주 미 예일대 로스쿨 학장(54)이 차관보급인 국무부 법률고문에 내정된 데 이어 친형인 고경주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부학장(57)이 보건부 보건담당 차관보에 지명됐다. 형제가 동시에 미 행정부처의 차관보급을 맡는 것은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경사다. 26일에는 리아 서 전 윌리엄 플로라 휴렛재단 프로그램담당 이사(38)가 내무부 정책관리 및 예산담당 차관보로 지명됐다.

한인 2세들은 백악관에도 대거 포진해 있다. 대부분 신예들이다. 렉슨 류(36)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전문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이달부터 합류해 미국의 가장 민감한 사안인 이란과 시리아 핵문제 등을 담당하고 있다. NSC 한국 · 일본담당 보좌관으로는 수미 테리씨(37)가 근무 중이다.

부전자전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한인 2세도 있다. 크리스토퍼 강 백악관 입법관련 특별보좌관(32)은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직속 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65)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의회전문지인 더 힐이 선정한 35세 이하의 의회보좌관 가운데 대표적 35인으로 2005년부터 매년 선정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유진 강 오바마 대통령 특별보좌관(24)은 오바마와 골프를 같이 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부터 오바마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특히 오바마의 하와이 휴가 기간에 골프 라운딩을 해 미국 정가에서 주목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으로 통하는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의 직속 부서에서는 애나 김씨(25)가 일하고 있으며,한국계인 론다 카터씨는 카산드라 버츠 백악관 법률고문의 행정보좌관이다. 캘리포니아 출신 한인 2세인 헬렌 홍 변호사(31)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 법무부에서 백악관 법률고문실로 자리를 옮겼다. 벳시 김 변호사(44)는 국방부 연락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오바마 대선캠프의 핵심 멤버였다.

한인 2세들의 미 정부 진출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은 미 주류사회에서 한인들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들은 한 · 미 관계의 보이지 않는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오바마 정부에 소수 인종의 진출이 전반적으로 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오바마 정부 장관들 가운데 아시아계는 3명에 이른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중국계인 스티븐 추 에너지 장관,역시 중국계인 게리 라크 상무장관,일본계로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이 그들이다. 오바마호에 당당히 승선한 한인 2세들의 활약은 미래에 한국계 장관을 배출하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미국 현지 한인사회의 기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