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고 토지보상금 풀리자…"빌딩 매물 없나요? 문의 급증
입력
수정
#사례1 지난달 서울 강남구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인근 6층짜리 빌딩이 57억원에 팔렸다. 작년 10월에 65억원에 나온 이 빌딩은 석 달 전에는 54억원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그동안 관심 밖으로 밀렸던 빌딩에 하나 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호가를 10억원 이상 내렸는데도 팔 수 있을까 우려했으나 최근 들어 최저가 대비 3억원 비싼 금액에 매매가 이뤄졌다.
#사례2 부동산업계 모 관계자는 얼마 전 서울 강남권에서 여러 채의 빌딩을 갖고 있는 80대 남성을 찾았다. 빌딩을 매각할 의향이 있으면 중개를 해주겠다고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빌딩 주인이 내놓은 답변은 의외였다. 매도 권유를 맞받아치면서 오히려 더 사고 싶으니 좋은 물건이 있으면 소개를 부탁한 것이다.
자산가들이 빌딩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빌딩 전문 중개업소와 은행 PB센터에는 빌딩을 사겠다는 문의전화가 상당히 늘었다. 서울 서초구 S공인에는 1월 이후 빌딩 매물 문의가 많으면 하루 대여섯 차례씩 걸려온다.
S공인 김모 사장은 "빌딩 매물 가운데 급매가 있느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빌딩 매수 희망자들은 보통 100억원대 안팎의 중소형 빌딩을 찾는다. 40억~50억원대 현금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로 대출을 얻고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더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대 수익률은 정기예금보다 높은 5~6% 이상을 보고 있다.
빌딩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사라진다고는 하지만 아파트를 여러 채 갖는 것은 관리가 부담스럽고 토지를 사면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 빌딩은 다르다. 매월 일정한 임대수입이 보장되는 데다 자산가치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 빌딩이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경기 회복 이후를 바라보는 것이다. 동탄2지구 위례(송파)신도시 마곡지구 등에서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풀린 것도 주요 원인이다.
신한은행 부동산센터 이춘우 팀장은 "대출금리가 크게 내리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매력이 커졌다"며 "펀드와 주식에서 손해를 많이 본 사람들이 부동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에 따라 급매물 빌딩이 시장에 나오리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업계에서는 '빌딩 주인'이라는 타이틀도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매물이 생각처럼 많지 않은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빌딩 소유주들의 대부분이 외환위기 시절 저가로 매입했고 그동안 꾸준히 임대료가 올라 대출금도 대부분 갚은 상황이어서 매도 의사가 있더라도 급할 것이 없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교보리얼코 임홍성 팀장은 "100억원대 중소형 빌딩 가격이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았다"며 "팔려는 사람이 시세의 110%를 받으려 하는 반면 사려는 사람은 90% 선에 마음을 두고 있어 매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구나 매수자들은 오피스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일단 공실률이 크게 높아졌다. 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1%대에 불과했던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이 3% 이상으로 치솟았다. 중소형 빌딩의 공실률은 평균보다 더 높은 상황이다.
강남 테헤란로 이면도로 빌딩은 공실률이 10%를 넘기는 경우도 많다. 빈 사무실이나 상가가 생기면 수익성은 바로 떨어진다. 용산 여의도 상암 뚝섬 송도 등에서 2013년 이후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이 대거 들어선다는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이사는 "임대료가 비싼 고급 오피스와 중소형 빌딩의 수요자가 다르고,오피스가 계획대로 지어질지 역시 의문이지만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빌딩을 살 때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값을 다주고 매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갑작스레 경영위기를 맞는 등의 이유로 시장에 나오는 급매물을 주요 타깃으로 하라는 얘기다.
신한은행 이춘우 팀장은 "빌딩도 여느 부동산 상품과 마찬가지로 가격과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최상급 매물을 찾기어려우면 적어도 상급 이상은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빌딩은 대출이 50%까지 가능하지만 3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저금리 시대여서 대출 비중을 다소 높여도 괜찮지만 금리가 항상 낮을 것이라고 예상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임차인의 면면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차인이 너무 적으면 해당 업체가 부도났을 때 대량 공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유명세가 있는 회사가 임차인이라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빌딩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건물 상태도 꼼꼼히 따져야 보수비용이 별도로 들지 않는다. 은행이나 교보리얼코 등 오피스 전문 업체에 빌딩 매입을 의뢰하면 컨설팅과 관련 업무를 대행해준다. 거래가 이뤄지기까지는 보통 6개월 정도가 걸리고 수수료는 100억원짜리의 경우 매매가의 0.5~1%를 받는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사례2 부동산업계 모 관계자는 얼마 전 서울 강남권에서 여러 채의 빌딩을 갖고 있는 80대 남성을 찾았다. 빌딩을 매각할 의향이 있으면 중개를 해주겠다고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빌딩 주인이 내놓은 답변은 의외였다. 매도 권유를 맞받아치면서 오히려 더 사고 싶으니 좋은 물건이 있으면 소개를 부탁한 것이다.
자산가들이 빌딩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빌딩 전문 중개업소와 은행 PB센터에는 빌딩을 사겠다는 문의전화가 상당히 늘었다. 서울 서초구 S공인에는 1월 이후 빌딩 매물 문의가 많으면 하루 대여섯 차례씩 걸려온다.
S공인 김모 사장은 "빌딩 매물 가운데 급매가 있느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빌딩 매수 희망자들은 보통 100억원대 안팎의 중소형 빌딩을 찾는다. 40억~50억원대 현금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로 대출을 얻고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더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대 수익률은 정기예금보다 높은 5~6% 이상을 보고 있다.
빌딩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사라진다고는 하지만 아파트를 여러 채 갖는 것은 관리가 부담스럽고 토지를 사면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 빌딩은 다르다. 매월 일정한 임대수입이 보장되는 데다 자산가치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 빌딩이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경기 회복 이후를 바라보는 것이다. 동탄2지구 위례(송파)신도시 마곡지구 등에서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풀린 것도 주요 원인이다.
신한은행 부동산센터 이춘우 팀장은 "대출금리가 크게 내리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매력이 커졌다"며 "펀드와 주식에서 손해를 많이 본 사람들이 부동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에 따라 급매물 빌딩이 시장에 나오리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업계에서는 '빌딩 주인'이라는 타이틀도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매물이 생각처럼 많지 않은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빌딩 소유주들의 대부분이 외환위기 시절 저가로 매입했고 그동안 꾸준히 임대료가 올라 대출금도 대부분 갚은 상황이어서 매도 의사가 있더라도 급할 것이 없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교보리얼코 임홍성 팀장은 "100억원대 중소형 빌딩 가격이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았다"며 "팔려는 사람이 시세의 110%를 받으려 하는 반면 사려는 사람은 90% 선에 마음을 두고 있어 매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구나 매수자들은 오피스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일단 공실률이 크게 높아졌다. 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1%대에 불과했던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이 3% 이상으로 치솟았다. 중소형 빌딩의 공실률은 평균보다 더 높은 상황이다.
강남 테헤란로 이면도로 빌딩은 공실률이 10%를 넘기는 경우도 많다. 빈 사무실이나 상가가 생기면 수익성은 바로 떨어진다. 용산 여의도 상암 뚝섬 송도 등에서 2013년 이후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이 대거 들어선다는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이사는 "임대료가 비싼 고급 오피스와 중소형 빌딩의 수요자가 다르고,오피스가 계획대로 지어질지 역시 의문이지만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빌딩을 살 때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값을 다주고 매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갑작스레 경영위기를 맞는 등의 이유로 시장에 나오는 급매물을 주요 타깃으로 하라는 얘기다.
신한은행 이춘우 팀장은 "빌딩도 여느 부동산 상품과 마찬가지로 가격과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최상급 매물을 찾기어려우면 적어도 상급 이상은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빌딩은 대출이 50%까지 가능하지만 3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저금리 시대여서 대출 비중을 다소 높여도 괜찮지만 금리가 항상 낮을 것이라고 예상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임차인의 면면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차인이 너무 적으면 해당 업체가 부도났을 때 대량 공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유명세가 있는 회사가 임차인이라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빌딩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건물 상태도 꼼꼼히 따져야 보수비용이 별도로 들지 않는다. 은행이나 교보리얼코 등 오피스 전문 업체에 빌딩 매입을 의뢰하면 컨설팅과 관련 업무를 대행해준다. 거래가 이뤄지기까지는 보통 6개월 정도가 걸리고 수수료는 100억원짜리의 경우 매매가의 0.5~1%를 받는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