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험 가진 '눈높이 세대' 경영선봉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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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 김상현씨 등 6人 최연소ㆍ초고속 임원 발탁
어릴 때부터 공문수학 학습지로 공부한 송근만씨(45)는 1994년 대교에 입사했다. 당시 대교는 '공문' 대신 '눈높이'라는 새 브랜드를 도입,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때였다. 경영학을 전공한 송씨는 관리직을 희망했지만 회사는 신입사원 전원을 눈높이 교사로 현장에 배치했다. 그는 3년여간 눈높이 교사로 가정을 방문하며 '실전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3년여 후 교사들을 관리하는 팀장이 됐고,이어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가는 곳마다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 2007년에는 한 해 400여명의 회원이 빠져나가는 등 실적이 극히 저조했던 동대전지점을 맡아 1년8개월간 2600명의 회원을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회사는 차장급이었던 그를 지난 1일 인사에서 상무보로 발탁했다. 학습지 브랜드 '눈높이'로 잘 알려진 대교가 최근 실시한 임원인사가 교육산업계의 화제다. 대교가 지난 1일자로 승진시킨 임원 6명은 모두 송씨처럼 눈높이 교사로 영업현장을 누빈 경험을 가진 40대 초 · 중반의 이른바 '눈높이 세대'다. 황정애 상무보(43 · 여)와 송근만 상무보(45),황진욱 상무보(44)는 모두 1994년 입사해 16년 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또 1992년 입사한 김상현 상무보는 41세로 최연소 임원이 됐다. 김재도 상무보(46)와 배권탁 상무보(44)도 각각 1991년 눈높이 브랜드 출범과 함께 대교에 입사했다. 그동안 대교가 40대 중 · 후반,평균 20년가량 근속한 직원을 임원으로 승진시켜 온 점을 감안하면 파격 인사다.
1991년은 대교에 매우 뜻깊은 해이다. 대교가 '눈높이' 브랜드를 출시해 히트친 해로,이를 기점으로 대교는 사명을 '대교문화'에서 '대교'로 바꾸고 '공문(公文 · 구몬)'이라는 일본 학습지 브랜드와도 결별했다. 또 신입사원을 모두 눈높이 선생님으로 영업현장에 배치해 최소 2년간 일한 뒤 본부에 불러들였다. 이들 눈높이 세대가 들어온 이후 대교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991년 76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8411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지난 19년간 대교는 단 한번도 학습지업계 1위 자리를 빼앗겨본 적이 없는 단단한 아성을 쌓았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젊은 세대로의 물갈이' 성격과 함께 영업 경험(눈높이 교사 경험)을 가진 이들의 전투력을 보강하겠다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체돼 있는 학습지시장에서 새 성장의 '씨앗'을 발견하기 위한 인사라는 뜻이다. 그동안 연공서열로 승진하던 관행 대신 실적을 바탕으로 한 성과 중심의 인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했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박명규 대교 대표이사는 "눈높이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회사에 입사해 지속적으로 성장한 긍정적 경험을 갖고 있다"며 "눈높이 세대가 갖고 있는 추진력과 도전정신이 지금 필요하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을 고려한 성과 중심의 인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비전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