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발사 강행] 위성기술 北에 앞서지만 발사체는 10년 이상 뒤져

● 한국의 로켓기술은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장거리 로켓 '은하 2호'로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다면 북한은 우주과학기술 분야 중 발사체에 관한 한 한국에 10년 정도 앞서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주 기술은 크게 발사체 기술과 인공위성 기술로 나뉜다. 인공위성 기술에서는 우리가 6기의 인공위성을 궤도로 쏘아올려 북한에 크게 앞선다. 그러나 발사체 기술에서는 북한이 10년 이상 앞설 것으로 보인다. 발사체의 경우 우리나라는 오는 7월 중에야 자체 기술로 100㎏급 소형 위성을 쏘아올릴 계획이다. 이름은 한국형 발사체 'KSLV-Ⅰ'.그러나 아직까지 이 발사체의 핵심 기술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KSLV-I은 2단 로켓으로 구성된 발사체다. 1단은 액체 추진기관 로켓이고 2단은 고체 추진기관이다. 2단의 경우 완전한 우리 기술로 개발,제작됐다. 그러나 1단은 대형 액체 추진기관 기술이 없어 러시아의 기술을 받고 있다. 북한은 이 액체 추진기관에 대한 독자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2017년에야 발사체 기술을 완전 국산화해 인공위성을 궤도에 쏘아올릴 예정이다. 북한에 비해 10년 가까이 발사체 기술이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발사체 기술이 뒤지게 된 배경을 우리 정부가 2001년 가입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협약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협약은 우리나라의 미사일 개발 범위를 사거리 300㎞,탄두중량 500㎏ 이내의 미사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 등 주변국들이 우리나라의 미사일 개발을 견제했기 때문에 1980년대 이후 사실상 발사체 개발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1960년대부터 중국 소련의 군용 액체 로켓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왔으며 1980년대엔 우주발사용 3단 로켓을 개발했다.

김종배 합참 작전처장(준장)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5일 "앞으로 한 · 미연합 미사일 전력 증강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군사전략 차원에서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대비는 전시에 미국 증원 전력 전개의 지연문제와 한 · 미 간 작전 지속능력 유지에 있어 군사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장거리 미사일 관련 기술개발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정부 내부에서는 현행 미사일 개발 지침을 개정해 사정거리를 2~3배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MTCR는 군사용 미사일 개발은 제한하고 있지만 상업용 발사체 개발은 제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MTCR의 영향으로 크게 뒤져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들어 상업용 로켓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1996년에서야 액체 로켓 개발이 포함된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기본계획은 액체연료 과학로켓(KSR-Ⅲ)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우주발사체(KSLV-Ⅰ)를 개발해 2010년까지 100㎏급 소형 위성(STSAT-2)을 궤도에 올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하면서 대폭 앞당겨졌다. 2004년부터 한 · 러 우주기술협력협정이 체결돼 공동 연구에 들어갔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발사는 2009년으로 연기됐다.

김태철/황경남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