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프로야구 600만 관중의 조건

김진수 문화부 기자 true@hankyung.com
지난주 고등학교 단짝 친구에게 모처럼 야외 나들이 삼아 프로야구 개막전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웬걸."교통도 불편하고 사람이 많아 복잡한데 너나 갔다 와."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개막 2연전밖에 치르지 않은 프로야구계가 축제 분위기다. 지난 4일 전국 4개 구장에서 개막전을 찾은 전체 관중 수는 9만6800명으로 사상 최대였고 5일에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8만5499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이틀간 입장객은 18만명을 웃돌아 지난해 개막 2연전 대비 64% 급증했다. 이렇다 보니 올해 관중 동원 목표인 559만명을 넘어 600만명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프로야구 제 2의 중흥기가 도래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이처럼 구단들이 흥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열기가 개막전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에 고무돼 있다. 한국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WBC에서 프로야구로 고스란히 연결되고 있는 것을 개막 2연전이 입증했기 때문이다. 8개 구단의 전력이 평준화됐다는 평가도 호재다. 이 때문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팀당 경기 수를 지난해보다 7경기 늘린 133경기로 잡은 결정도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도록 관중석을 리뉴얼하고 공격적인 야구를 선보이기 위해 홈경기 때 펜스 거리를 당기기로 한 것도 신선하다는 평가다. 경제 변수도 흥행에 적잖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불황 탓에 지갑이 얇아져 문화생활에 긴축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서민들의 관심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로야구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자칭 야구팬이지만 경기장 가는 걸 꺼리는 지인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왠지 (국제 대회와) 수준 차이가 난다','긴장감과 감동이 떨어진다','일단 경기장을 찾으면 재미있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귀찮다','호프 한 잔 하면서 TV로 보는 게 더 여유롭다'….

반응도 갖가지다. 팬들은 야구장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선수들과 하나가 돼 웃고 싶어한다. 경기결과도 중요하지만,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경기에 열광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 600만 관중 시대는 팬들이 원하는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서부터 열릴 것이다. 무질서와 겉만 번지르르한 서비스가 흥행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