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 유상증자 통해 자금지원

최대7천억 증자등 1조2천억 자금조달 추진
자산매각 6000억 조달…재무리스크 크게 낮아질 듯
하이닉스가 최대 7000억원에 이르는 유상증자 및 자산 매각을 통해 연내에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번 증자의 의미는 외환 산업 등 주요 채권은행이 2004년 출자 전환 이후 5년 만에 직접 자금을 투입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하이닉스의 앞날을 밝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최근 증권시장이 침체 국면을 탈피하고 있고 반도체 가격까지 회복세를 타고 있어 증자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반도체 후공정 라인 매각 작업도 곧 성사될 전망이어서 하이닉스의 재무 관련 위험도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 조달에 '순풍'

8일 오전 주요 채권은행들은 비공식 회의를 갖고 하이닉스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증자 규모는 5000억~70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회복되고 있고 사전 수요조사 결과 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외국인 투자자도 있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내에서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국민연금 등 특정 기관을 대상으로 한 증자 등의 방법도 거론됐다. 그러나 BW를 발행하면 이자 부담이 발생하고 특정 기관을 대상으로 한 증자는 주요 주주 숫자가 많아지는 부담이 있다고 판단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가닥을 잡았다. 주주가 많아지면 매각작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정확한 유상증자 규모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하이닉스와 협의해 안을 마련한 뒤 이달 중순께 채권은행단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올린 데다 최근 증시 주변 여건까지 좋아져 하이닉스가 자금 조달 목표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후공정라인 등 자산 매각도 박차

채권단은 하이닉스가 자구계획에 따라 유휴 자산을 매각해 6000억원가량을 마련할 경우 총 자금 조달 규모가 1조1000억~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이 이뤄지면 하이닉스는 연초 유상증자를 합쳐 2조원가량 자금 수혈을 받게 돼 재무적인 리스크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는 신규 라인 투자가 없는 대신 기존 라인 보수와 30나노 낸드플래시 개발 등의 연구 · 개발 투자에 1조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자산 가운데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등 후공정 라인이 가장 빨리 매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하이닉스는 후공정 라인 매각을 위해 중국 업체와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각가격은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하이닉스가 매각을 추진 중인 자산은 미국 오리건주의 유진 공장과 용인 마북리 연수원 및 벽제 야구장 등이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작년 말 유진 공장을 사겠다는 원매자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