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민관합동회의 앞두고 '숫자'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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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자리 창출 규모 제시 어려워청와대 '민 · 관 합동회의'를 앞두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숫자다.
이 회의 정식 명칭은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 · 관 합동회의'.정부가 기업 활동의 걸림돌인 규제를 완화해주는 대신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찾자는 취지다. 경제 5단체장과 30대 기업 총수들이 참석하는 3차 회의는 이달 중 열릴 예정이었지만 여러 일정상 다음 달 말로 연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앞서 전경련이 준비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들의 투자 활동을 가로막는 애로사항을 취합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기업들의 투자 규모와 이를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 숫자를 파악하는 것.전자는 비교적 쉽지만 후자는 녹록지 않다. 실무적으로 투자 규모와 투자가 유발하는 고용창출 효과를 산출해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전경련 관계자는 "과거에는 구조조정본부를 통해 그룹별로 파악했는데 구조본 해체 후 기업별로 조사하다 보니 무척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4대 그룹은 계열사들이 워낙 많아 정확한 숫자를 취합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09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현황을 보면 5대 그룹 계열사만 245개에 달한다. 30대 그룹을 모두 합치면 837개다. 이들 기업의 투자계획과 창출되는 일자리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자료를 안주는 일도 많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명분'까지 생겼다. 기업 입장에서도 충분히 할 말이 있다. 한 기업 임원은 "내부적으로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숫자를 냈다가 경제 상황이 바뀌어 이를 집행하지 못하면 약속 위반이라고 욕 먹을 게 뻔한데 어떻게 흔쾌히 계획을 발표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재계에서는 구체적 투자액수를 공개하는 것 자체도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이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바쁜 일정 때문에 합동회의가 5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전경련은 내심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시간을 조금 더 벌면 숫자를 한칸이라도 더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