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코스닥 강세장 따라잡기' 잰걸음

584억 순매수…2년만에 최대
게임·인터넷주 등 많이 사들여
기관투자가들이 뒤늦게 코스닥시장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지난달 31일 이후 단 하루만 제외하고 '사자'를 계속하면서 강세장을 주도하는 동안 '팔자'로 일관했던 기관들은 지난 8일 순매수로 돌아선 뒤 9일엔 매수 규모를 크게 늘리며 추격매수에 나서는 양상이다.

◆코스닥지수 7개월여 만에 480선이날 코스닥지수는 4.47% 오른 481.4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480선을 돌파한 것은 작년 8월25일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기관은 이날 56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07년 4월 이후 2년 만에 최대 규모다.

코스닥지수가 480선으로 올라선 데는 기관의 힘이 절대적이었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한동안 코스닥을 외면하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 '컴백'하면서 시장이 상승세를 타기는 했지만,매수 규모가 작은 점은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이 가세하자 지수 상승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기관들은 이날 엔씨소프트가 유가증권시장에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자 코스닥시장에서 게임주와 인터넷주를 중점적으로 사들였다. 이에 따라 네오위즈게임즈와 한빛소프트가 상한가를 기록했으며,CJ인터넷(10.03%)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게임주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렇지만 질주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의 상승 속도를 감안하면 이 같은 기관의 대응은 한 템포 늦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하루(4월3일)만 빼고 주식을 사들인 반면 기관은 이 기간 '팔자'로 일관하며 시장을 외면했다. 이 기간에 코스닥지수는 10% 가까이 올랐다. 코스닥시장 투자를 맡고 있는 한 펀드매니저는 "주가가 워낙 급등해 '과열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지만 시장이 오르니 쫓아가서 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적없는 테마주는 한계

코스닥시장이 단기 급등한 만큼 일시적인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상승세는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2000에서 1000까지 절반이 깎이는 동안 코스닥은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빠졌다가 이제서야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코스닥시장이 최근 과도하게 빠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포인트로 비쳐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을 만나보면 '펀드수익률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데 값싼 코스닥 종목에 직접 투자해볼 만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을 주도했던 '실적없는 테마주'는 꺾이고 철저하게 실적이 좋은 주식 위주로 매수세가 몰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테마주는 결혼이 아니라 짧은 연애의 대상"(김학균 연구원)이라는 지적이다.

송종현/조재희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