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삼성 21세기 로드맵] 2009년 "全제품ㆍ서비스 세계 1등"

93년 "마누라ㆍ자식 빼곤 다 바꿔라"
16년전 '지행 33'과 뭐가 달라졌나
이번에 발표된 33가지 삼성의 신경영지침은 1993년의 경영지침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과거의 신경영은 기본적으로 일본 전자회사들을 추격하는 입장에서 마련된 전략인 반면,이번에는 해외 경쟁자들의 모방이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기업 규모와 위상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인식과 전략의 틀을 제시한 것이다.

또 과거 신경영이 삼성 특유의 관리시스템을 통해 강력한 '톱다운' 방식으로 실행됐던 반면 앞으로는 '21세기 신경영은 창조경영'이라고 분명하게 못을 박음으로써 조직 내 합리성뿐만 아니라 창의적 역량을 배가하는 데 주안을 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가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제도를 도입하고 탄력적 근무시간제를 도입한 데는 이런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화' 명문화

과거 신경영과의 차이점은 우선 경영지침을 만든 과정부터 다르다는 데서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이건희 전 회장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 회의 등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기초로 지침을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이 전 회장의 퇴진 이후 인력개발원이 주축이 돼 경영지침을 작성했다. 사장단협의회의 일부 수뇌부와 삼성경제연구소도 방안 마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의식이 구체적으로 명기된 것도 차이점이다. 1993년 이 회장은 "삼성이 이대로 가면 초일류기업은커녕 삼류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이를 이어받아 이번에는 최고경영자의 조건에 위기의식을 명문화함으로써 조직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등전략'이라는 단어도 새롭게 등장했다. 이는 단순히 1위가 되기 위한 일등전략이 아니라 이미 여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삼성이 경쟁자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대목이다.

지구촌 경제의 진입으로 글로벌 전략이 보다 구체화된 점도 눈에 띈다. 과거에는 국제화라는 하나의 지침밖에 없었지만 이번에는 국제화,현지화와 함께 '삼성화(三星化)'라는 세 가지 지침이 떨어졌다. 세계 각국에 글로벌 삼성의 뿌리를 내리고 현지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것을 넘어 현지 인력을 삼성화해야 한다는 지침이다.

◆새로운 결속 모색기업문화 측면에서는 창의와 도전을 주문하고 있다. '관리의 삼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창조적 아이디어 창출과 실행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그룹공동체의 개념도 새롭게 도입했다. 느슨해진 조직을 재결집하기 위해 삼성인으로서의 일체감과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공헌은 일회적 사회공헌이 아니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히 돈으로 하는 공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과거 삼성의 신경영지침 33가지에는 당시 파장을 일으켰던 7 · 4제와 전 사원의 홍보요원화,권위주의 타파 등의 과제와 함께 삼성인이 지켜야 할 윤리규정을 명기한 삼성헌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