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체험서 영어ㆍ한자공부까지 … 학습도구로 진화하는 게임

인도양에 위치한 가공의 섬 '셰일란'.갑작스런 가뭄과 내전으로 수백만명의 주민들이 피난을 떠나고 기아로 고통받는다. 이에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위기에 빠진 셰일란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지원팀을 급파하기에 이른다. WFP 지원팀 대원들에게 6가지 임무가 부여된다. 기아 지역 공중 순찰,식량 포대 만들기,식량 포대 공중투하,기부금 모집 및 식량 구입,식량 운송,터전 가꾸기가 그것이다.

대원들의 임무는 바로 '푸드포스(Food Force)'라는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다.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게이머들은 자연스럽게 기아의 참상을 간접 체험하게 되고 구호활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교육 효과를 주는 온라인게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푸드포스처럼 가난과 재해,구호활동을 배울 수 있는 게임에서부터 영어,한자 등을 재밌게 배울 수 있는 기능성 게임들이 주목받고 있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의 '두뇌트레이닝'과 '영어삼매경'이 교육용 게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학습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아체험에서 금연 도움까지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푸드포스는 WFP가 전세계 8~19세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해 만들었다. WFP의 식량 원조 및 긴급 구호활동을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게임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저절로 간접 체험을 하게 해 교육효과를 거두고 있다. 금연을 도와주는 게임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어스가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인 '안티스모커'는 게임 속 캐릭터가 사람의 몸속으로 침투해 흡연으로 인해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는 유해한 물질인 타르 니코틴 등의 성분을 없앤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저들은 게임을 통해 담배가 주는 폐해와 금연의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게임하면서 영어 · 한자 배운다

교육용 게임 중에서도 영어 콘텐츠가 많은 편이다. 영어 교육열을 반영한 것이다. 한빛소프트는 인기 댄스게임인 오디션의 캐릭터가 나오는 영어교육 게임 '오디션 잉글리시'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 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마이크를 활용해 영어로 말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저절로 영어 말하기 실력이 늘어나도록 했다. 시트콤을 보는듯한 코믹한 에피소드로 전개되며 보고,듣고,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영어 말하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김유라 한빛소프트 이사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보면서 따라 하다 보면 상황에 따른 영어 문장들이 저절로 외워지게 돼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에 영어를 익히려면 컴투스의 모바일 영어교육 게임인 '영어뇌습격2'를 즐겨볼 만하다. 게임 속에 들어있는 16가지 퍼즐게임과 4가지 보너스 게임을 하면서 4400개의 영어단어와 1100개의 영어문장을 익힐 수 있다. 인기 영어강사 이보영씨가 감수를 한 이 게임은 고3 수험생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내년 초에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사의 유명 영어교재인 '렛츠 고(Let's go)' 시리즈가 게임으로 만들어진다. CJ인터넷은 최근 옥스퍼드대학 출판사와 제휴를 맺고 이 시리즈를 '렛츠 고 온라인'이라는 교육용 게임으로 개발키로 했다.

NHN이 이달부터 서비스 중인 '한자마루'는 괴물을 퇴치하는 내용의 온라인게임에 한자 학습 요소를 넣었다. 게임 속 등장 인물인 괴물의 가슴에 한자를 새겨 넣어 게이머가 괴물을 때릴 때마다 한자의 음을 듣게 된다. 자연스럽게 반복적인 시청각 학습효과로 한자를 익히도록 만든 게임이다. 2년에 걸쳐 성균관대 한문교육학자와 하버드대 교육심리학자들이 게임을 기획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언어와 사고실험실'의 검증을 거치기도 했다. 이 게임은 지난달 실시한 테스트 기간에 2만6000여명의 이용자가 참여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정부도 게임으로 교육 등의 효과를 주는 기능성게임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부터 2년간 교육과학기술부 연구학교인 서울특별시 교육청 산하 발산초등학교,우신초등학교와 경기도 교육청 산하 동두천중앙고등학교 등 3개교에서 온라인 게임형 콘텐츠를 정규 교육에 활용하기로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