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 "감성경영 배우러 '그림장터' 나갑니다"
입력
수정
강신호ㆍ윤영달ㆍ이어룡ㆍ신현규 회장 등 6명 첫 아트페어 참가"그림은 이미지와 색감,아이디어를 통합해 감성을 만들어내는 '조화의 미학'인 것 같아요. 요즘 기업들이 '스피드'를 경영의 화두로 삼고 있지만 예술과 비즈니스의 결합으로 감성 에너지를 뿜어내야 '성공유전자'가 탄생하더군요. "(윤영달 크라운 · 해태제과 회장)
15~19일 '서울오픈'에…화가 직접 선정 자체 부스 마련
미술 애호가인 기업 최고경영자(CEO) 6명이 '그림 장터'인 서울오픈아트페어(15~19일 · 코엑스)에 자신들이 선호하는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부스를 마련해줘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미술품 애호가인 윤영달 크라운 · 해태제과 회장,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신현규 토마토상호저축은행 회장,이어룡 대신증권 회장,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CEO들이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것은 미술품이 상품의 광고 및 디자인,디스플레이 등 콘텐츠로 활용되는 데다 상품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히는 쪽으로 마케팅 기법이 바뀌고 있는 추세를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트페어 특별전 형식의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컬처노믹스'.아트페어를 통해 예술과 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그림에서 배운 '조화의 미학'을 경영 현장에 녹여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오픈아트페어조직위원장을 맡은 윤영달 크라운 · 해태제과 회장은 이번 행사에 유망 작가 강덕봉 강민규 최성철 염시권씨 등 4명을 초대해 '아트밸리'라는 이름으로 작품전을 열어 준다. 이들 작품에는 회사와 사원,고객을 묶어주는 '조화의 미학'이 녹아 있는 데다 감성적인 에너지까지 뿜어져 나온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 신제품 디자인에서부터 디스플레이까지 아트디렉팅을 실천하고 있다. 작년 말 서울 남영동 본사 3개층에 갤러리 '쿠오리아'를 개관한 데 이어 경기도 송추에 330만㎡ 규모의 '아트밸리'도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를 매년 발굴해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이번 행사에 82세 동갑내기 서예가 취운 진학종 선생의 작품 20여점을 걸 예정이다. 그는 "취운의 박진감 넘치는 필선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느꼈다"며 "사업이 잘 안 풀릴 때는 사무실에 걸린 그의 작품을 보며 '통섭의 비즈니스'를 깨우친다"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기업과 문화예술의 연계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자 진 선생의 '초서병풍전'을 개최했다. 미술애호가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김범수씨의 작품을 출품한다. 이 회장은 "김씨의 미술품에는 독특하고 색다른 창의성이 배어있다"며 "임직원들에게는 미술품을 통해 창조적 사고방식과 색다른 안목을 배워 업무혁신에 접목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영상 설치 작가 이배경씨의 작품에 주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씨의 작품을 통해 "예술에서 최상의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며 "편안한 느낌의 영상 작업에는 스피드 보다 한 발 앞선 감성이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2003년부터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한 신현규 토마토상호저축은행 회장은 미술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젊은 작가 장태묵씨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면서 '사업의 메커니즘'을 익혔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장씨의 작품 20여점이 걸린다. 또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은 화가 이중근씨의 작품을 통해 "경영도 참신한 색감과 독특한 감성으로 어필해야 성공한다는 경영철학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