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처럼…해적에 피랍 '필립스 선장 구하기'

美해군, 소말리아서 5일만에 구출
미국 정부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됐던 리처드 필립스 선장을 구출했다. 미 해군은 해적 4명 가운데 3명을 사살하고 1명은 생포했다.

미 해군과 국무부는 12일 해적들을 소탕하고 필립스 선장을 구했다고 밝혔다. 또 필립스 선장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고 덧붙였다. 미 국적 컨테이너선인 '머스크 앨라배마'의 필립스 선장이 해적들에 의해 억류된 것은 지난 8일.필립스 선장은 다른 선원들을 풀어주고 홀로 인질로 남아 몸값 협상의 대상이 되는 용기를 보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필립스 선장은 미국 내에서 '영웅'으로 부상했다. 미 해군은 3척의 구축함과 헬기까지 동원했으나 앨라배마호의 구명보트에서 AK-47 소총으로 무장한 채 필립스 선장을 억류한 해적들을 쉽사리 제압하지 못했다. 선장은 한때 구명보트에서 탈출했지만 곧 붙잡히고 말았다. 11일 밤 미 해군은 해적들과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구출 작전이 본격 시작된 것은 부활절인 12일 아침.필립스 선장과 해적들을 태운 구명보트는 연료가 바닥나 소말리아 해안가로 떠내려가던 중이었다. 해적들 중 3명이 선장을 지키고 1명은 미 구축함 '베인브리지'에서 몸값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필립스 선장의 생명이 위급하다고 판단될 경우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구출팀에 승인한 상태였다.

협상과 대치가 병행되던 이날 낮 12시19분.미군 저격수들로부터 급보가 올라왔다. "해적 한 명이 필립스 선장의 등 뒤에 AK-47 소총을 겨누고 있다"는 무전이었다. 이내 구조팀장인 빌 고트니 해군중장의 발포 명령이 떨어졌다. 해적 3명은 각각 머리에 저격수의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협상에 나섰던 해적은 체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구출 작전이 성공한 직후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소말리아 해적을 퇴치하겠다"고 천명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