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저점 매수 절묘했네!…김승연 회장 530억 '대박'

지난해 증시 폭락 시기에 자사주를 사 뒀던 대기업 회장들이 최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관련 주가가 급속도로 회복되면서 자사주 평가액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금융위기가 정점을 찍으며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던 작년 10월말 한화 주식 242만주를 취득했다. 김 회장의 한화 보유주식수는 1513만7949주(지분율 20.07%)까지 확대됐다. 당시 김 회장이 자사주 취득에 쏟아 부은 돈은 375억원. 한화 주가가 작년 10월초 4만4850원에서 한 달도 안된 같은달 27일 1만4450원까지 67% 폭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무모한 결정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김 회장의 결정은 탁월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 주가가 저점 대비 185%나 올랐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당시 취득한 자사주 242만주의 평가액은 13일 종가(3만7500원) 기준으로 907억5000만원에 달한다. 다섯 달여만에 532억원 가량의 평가차익이 발생한 것이다.박병구 금호전기 회장도 저점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수완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10월 16억1900만원을 투입, 자사주 8만5663주(1.24%)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회사측은 박 회장이 대내외적으로 경영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자 자사주를 샀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의 자신감이 주가에 반영된 탓인지 금호전기 주가는 작년 10월 28일 1만2000원으로 저점을 찍고 지난 13일 3만9900원까지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당시 취득했던 자사주의 지분가치는 취득가격의 두 배인 34억1700만원까지 불었다.박 회장은 이후 같은해 11월에도 1만여주를 더 사 금호전기 보유주식수를 98만4948주(지분율 14.24%)까지 늘린 상태다.

이밖에 이종호 중외홀딩스 회장,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의 아들 박경원 부회장과 그의 부인 서미경씨 등도 지난해 저점에서 자사주를 매입해 상당한 평가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누구보다 회사 상황을 잘 이해하는 오너들이 지난해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낮아지자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샀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들의 의미있는 지분 변동은 항상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대주주의 지분 변동 사항은 기관 투자가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투자 지표라는 얘기다.

정 연구원은 다만 "오너가 자사주를 산다고 주가가 반드시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동종업계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고 실적도 뒷받침 되어야만 오너의 자사주 취득이 더욱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지난해 한화 자사주를 매입할 때만 해도 서로 물량을 떠넘기고 싶어 안달이 났었는데 지금은 이 물량을 10%만 싸게 내놔도 서로 받아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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