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위안화가 기축통화 되려면

정규재
中華主義 아닌 보편국가 되고, 중국인의 삶 배우고 싶어질 때…
위안화는 기축통화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미안하지만 "아직은 아니올씨다"이다. 기축통화가 국가의 덩치나 인구 수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골목길에서 동생들 몇 거느리고 있다고 해서 복잡한 대로의 교통을 제멋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기축통화는 말 그대로 세계가 신뢰하는 돈이요 세계인들이 갖고 싶어 하는 돈이다. 이 지위가 단지 화폐의 원천인 금 덩어리(地金)을 많이 보유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이 파운드 기축통화 시대를 연 것이나 미국이 달러화를 세계 통화로 만든 것도 그렇다. 19세기는 이미 금 보유고에 문제가 발생해 수시로 지금(地金)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던 터였다. 미국이 1971년부터 금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다만 종이쪽지일 뿐인 달러를 찍어내는 것에 대한 논란도 증폭일로에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은 금 아닌 구리로 이미 희석될 대로 희석된 로마 시절부터 뜨거웠던 오래된 주제의 하나다. 더구나 달러 시대가 끝나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다른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지도 않는다.

하나의 기축통화가 무대를 내려서고 다른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과정이 언제나 순탄하게 이루어졌던 것도 당연히 아니다. 아니 이 과정은 결코 질서정연할 수가 없다. 세계의 권력 지도가 재편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부상해야 비로소 새로운 화폐가 등장한다. 혁명 정부들이 언제나 새로운 화폐를 찍어내고자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돈이라는 것이 우리가 때로 더럽다고 지칭하는 물욕의 매개물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온전한 가치의 등가물로 그 생명을 시작한다. 그 상징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귀금속 총량이 아무리 많아도 결코 가치를 저장할 수는 없는 법이다. 더구나 중국이 보유한 2조달러의 외환보유고와 보유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채는 지금(地金)도 아닌 말그대로 불량채권이다. 물론 달러가 처음부터 불량채권이며 종이쪽지였던 것은 아니다. 달러는 오랜 기간 전자 자동차 항공 선박 등 20세기의 문명과 산업을 쌓아올린 돈이었다. 우리가 아는 현대 문명 중에 처음에는 영국에서,그리고 뒤에는 미국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라.근대화 혁명조차 프랑스 아닌 미국에서 먼저 탄생했고 우리는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그 핵심가치로 받아들였다. 그 가치에 대한 평가의 축적이 바로 달러다. 중국이 기축통화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위안화의 어디에 21세기 인류의 문명을 선도하는 새로운 가치가 새겨져 있는지 아직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인류의 진보적 가치가 중국에서 재구성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역시 들은 바 없고 인류에 속한 그 누구든 중국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한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여전히 1당 독재이며,심각한 민족 갈등을 권위주의로 덮고 있을 뿐이고,보편적 인권에서조차 시빗거리를 남기고 있는 나라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은 아직 보편국가가 아니다.

기원전 동중서(董仲舒)와 사마천(司馬遷)이 세웠던 중화주의를 소위 4이(夷)의 세계가 용납했던 것은 압도적으로 높았던 농업생산성 외에도 당시로서는 진보적이며 보편적인 유교의 가치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축 통화론을 꺼내기 전에 먼저 민족국가 아닌 보편국가로서의 존경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라도 중국에 가서 살고 싶어지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며 자유의 숨결을 느낄 때라야 비로소 인민폐는 갖고 싶은 돈이 되는 것이다. 한때 달러를 갖는 것이 홍콩과 상하이 뒷골목 상인들의 소원이었듯이 인민폐를 들고 중국에 이민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 때 비로소 기축통화가 되는 것이다. 금이 아니라 세계인의 마음을 얻는 가치 있는 국가가 되어야 위안화는 기축통화가 된다. 기축통화는 원래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