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도 손발 안맞는 정부

李대통령 "고리사채 피해 줄여라" 지시 불구 환승론 360억 제외
이명박 대통령이 고리사채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별도로 지시할 만큼 사금융의 폐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신용소외자의 사채이용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지원 예산을 이번 추경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당초 금융위원회가 저신용 영세서민의 사채를 금융권 융자로 전환하기 위한 용도로 배정한 360억원의 예산이 빠진 사실을 강하게 추궁했다. 이 돈은 영세상인이 연 30% 이상되는 고금리 사채를 연 13%의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로 갈아타는 환승론을 이용하는데 필요한 보증수수료를 지원하기 위한 용도로 책정됐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여당 '경제위기극복 상황실'이 최고위원회에 보고해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 어떻게 추경에서 빠질 수 있느냐"고 질책했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도 "저신용자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면 정부가 어차피 이들의 기초 생계를 보호해줘야 한다"며 "저신용자에 대한 소액금융지원 재원이 추경에 반드시 편성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가슴 아프다고 한 대학생 부녀가 있는데 이들은 (사채가)연체돼 살아 있어도 신용회복기금의 혜택을 못 받는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의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상당히 많은 영세자영업자들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제도인데 많이 안 알려져 있는 것 같다"며 환승론 지원예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보증료는 대개 2.5%에서 8% 정도로 책정돼 있다"며 "보증금 1000만원을 낼 때 보증료가 5%이면 50만원이기 때문에 영세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르자 "추경에서 빠진 게 이것뿐만이 아니다"며 "가능하면 소위원회나 예결위에서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환승론 지원사업은 복지부의 소액신용대출 지원사업과 중소기업청의 영세자영업자 신용보강 사업과 중복돼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 추경예산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심기/이태명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