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1년 권철현 주일 대사 "경제대사 되겠다는 약속지킬 것"

"모처럼 경제를 챙기는 대사가 왔다. " 1년 전 권철현 주일 대사(61 · 사진)가 도쿄에 부임했을 때 일본 진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선 이런 얘기가 나왔다. 권 대사가 첫 대사관 직원조회에서 "앞으로 경제 대사가 되겠다"며 "업무의 70%를 경제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17일로 부임 1년을 맞는 권 대사는 실제 '경제 대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다. 작년 9월 국제 금융위기가 터지자마자 그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무역협회와 시중은행 대표들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 금융시장 동향과 한국 기업의 어려운 점 등을 챙기는 회의를 지금까지 열고 있다. 작년 말 한국과 일본 간 체결한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도 사실상 권 대사의 '작품'이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의 기획재정부와 일본 재무성 간 협의가 지지부진할 때 권 대사가 당시 나카가와 쇼이치 재무상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고 담판을 벌였던 게 주효했다. 이런 막후 역할이 가능했던 것은 권 대사가 일본 정 · 관계에서 쌓은 두터운 인맥 덕분이다. 한 · 일의원연맹 간사 출신인 그는 자민당의 막후 실력자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 등 유력 정치인들과 '형님, 동생'하는 막역한 사이다. 모리 전 총리는 공식석상에서 권 대사를 '맹우(盟友)'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권 대사는 "한 · 일 관계는 과거를 직시하되 가슴을 열고 미래로 나아가는 실용외교를 펴야 한다"며 "두 나라 관계 발전을 위해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외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