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감원보다 한국적 공동체 문화로 직원 충성도 높여라"

● 민간부문 활성화 토론회 - 경제위기 속 인력 관리는
"비효율적 인력 구조조정 위기 때 아니면 못한다" 반론도 만만찮아

"대규모 감원을 하는 것보다 한국 특유의 공동체 문화를 통해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게 낫다. "(김광순 왓슨와이어트 코리아 대표) "경제 위기는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인 만큼 비효율적인 인력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코리아 부사장)

'민간부문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바람직한 인력 관리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선진국 기업들이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만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을 통해 구조조정을 자제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김광순 대표는 최근 한라공조 태국 공장을 방문했던 때의 일화를 소개하며 "한국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자제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태국인 매니저들은 김 대표에게 "한국 법인장이 원가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괴롭혀서 못살겠다"며 "옆에 있는 포드나 비스티온,델파이 공장에서는 인력을 30~40% 줄였는데 우리 법인장은 단호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는 것.그래서 법인장에게 물어보니 "사람을 자르는 건 정답이 아니고 힘들지만 혁신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공동체 문화가 오히려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종업원들로 하여금 장기적으로 회사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합리성,예측 가능성 등 글로벌 스탠더드를 빠르게 받아들여 발전을 이뤘지만,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특유의 정(情)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토론 사회를 맡은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도 김 대표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주류경제학에는 인본(人本)주의가 없지만 복잡계 경제학에서는 인본이 없으면 절대 안 된다"며 "사람 간 상호작용 없이는 어떤 발전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걸 획일적으로 관리하려는 기업들의 관행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경준 부사장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을 인공적으로 끄지 않는다"며 "오래된 소나무들이 타 죽으면서 열을 받은 솔방울에서 새로운 씨앗들이 터져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불이 숲을 더 젊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그는 "경기순환론으로 볼 때 호황기에 과잉투자가 일어나면 위기가 찾아오게 마련이고,그 위기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이 시장에 참여할 공간을 만든다"며 경제 위기도 산불과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고 비유했다. 김 부사장은 "애석하지만 사람을 비용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며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토론회에서는 불황기 기업 혁신에 대한 다양한 방안들도 논의됐다. 애쇼크 배드가마 CAMi 회장은 "목표 가격에 대한 관리를 통해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싼 가격에 제품을 팔아야 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개발,디자인,제조,영업 등 모든 단계의 임직원들이 가격 책정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는 "혁신이 현금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연구직 직원들의 행정업무를 반으로 줄이고 연구 프로젝트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외부로부터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개방형 혁신'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