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자 한성식품 대표 "와인과 궁합맞는 김치 개발해 세계인 입맛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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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김치협회 초대회장
"프랑스인이 와인에 김치 곁들이도록 세계화에 힘쓸게요. "
지난 15일 출범한 세계김치협회 초대 회장을 맡은 '대한민국 김치 명인' 1호인 김순자 한성식품 사장(55)은 자타가 공인하는 김치 전도사다. 세계김치협회는 한성식품을 비롯 CJ제일제당,풀무원,대상FNF,농협NH식품 등 18개 김치업체가 '김치의 세계화'를 모토로 만든 단체.김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각종 콘텐츠 발굴과 홍보,김치 평가 및 인증,수출 지원 사업 등을 펼치게 된다. 다음 달 15일 출범 총회와 함께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나선다. 김 회장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국 김치맛을 즐기게 되는 그날까지 김치 전도사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번 세계김치협회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업계에서는 한목소리로 그를 회장에 추대했다.
김 회장은 본인이 직접 김치를 담그는 김치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하다. 그가 보유한 김치 제조 기술 특허만도 20여개.또 직접 개발한 김치 종류는 70여 가지가 넘는다. 그는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제조법에 집착한 나머지 세계인을 겨냥해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개발하려 했던 노력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김치는 '밥 반찬'이 아니라 그 자체로 먹을 수 있는 '건강기능 식품'이라는 게 평소 지론이다. 김 회장이 '깻잎 양배추말이 김치''브로콜리 김치''미니롤 보쌈김치' 등 다양한 레시피의 김치를 개발해 수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가운데 '건블록 김치'가 눈길을 끈다. 유산균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때 김치를 동결 · 건조시켜 블록으로 만들었다. 찬물을 붓고 4분만 있으면 김치 형상이 복원되며 끓는 물에 넣으면 김치찌개가 된다. 김치 수출의 큰 걸림돌이었던 냄새와 국물 걱정을 해결한 것도 큰 장점이다. 그는 "휴대가 간편한 데다 매운 맛,순한 맛 등이 있어 그냥 먹어도 간식 거리나 와인,맥주 등 술 안주로 좋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경영하는 한성식품에서 내놓는 김치 등급만도 30여 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그가 각별한 애정을 가진 제품은 최고 등급인 '황제 김치'(1.4㎏ · 18만원).자기 그릇에 담아 백화점 명품관에서만 팔며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즐겨 찾는다.
1986년 설립된 한성식품은 초기에 김 회장 혼자 하루에 김치 15㎏을 만드는 가내 수공업 수준에 불과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연매출 500억원,종업원 38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컸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꾸 손을 숨기려 했다. 고운 외모와 달리 손은 온갖 주름과 상처로 거칠었다. "고무 장갑을 끼면 김치가 숨쉬는 걸 손끝으로 느낄 수 없어요. 김치는 손맛입니다. "
글=김정은/사진=강은구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