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파운드화 급락…IMF 또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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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GDP 11% 까지 늘듯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다시 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3.5% 하락했다. '유럽의 환자'에서 세계 금융 중심지로 거듭났던 영국이 또다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15일 "영국이 심각한 경기침체와 재정적자,금융부실 문제로 인해 IMF에 또다시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976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이 다시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되면 작년 가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서유럽 국가로는 처음이 된다. 이처럼 영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이유는 재정적자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고 금융부실이 심하기 때문이다.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해 4월 파운드당 1.97달러에서 올 4월엔 1.49달러로 급락했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1%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돼 IMF 구제금융을 신청할 당시인 1976년 5.0%의 두 배가 넘었다.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도 올해 2.3%로 33년 전의 1.6%보다 높아졌다. 실업률도 현재 6.5%로 당시의 5.1%보다 높은 실정이다.
여기에 아일랜드나 스페인 그리스와 달리 영국이 유럽의 공동 통화인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파운드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통화 안전성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00년대 영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금융 부문도 경제위기 상황에서 독이 됐다. 금융 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경제위기의 타격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영국이 정부 지출을 크게 줄이고 세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정부 부채가 현재의 GDP 대비 40%에서 향후 몇 년 내 80%로 높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터무니없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