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정책 끌려다녀선 안된다

통일부의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등 7명의 정부 관계자가 오늘 방북,북측 인사들과 만난다. 이번 접촉은 남북관계가 경색 (梗塞)국면에 빠진 가운데 북한의 일방적인 '통지'에 응하는 형식이어서 무척 답답한 형국이다. 더구나 지난해 이후 갖가지 이유로 생떼와 협박을 반복하면서 긴장을 고조시켜 왔던 것이 북한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만나자는 이유에 대해 '중대 문제'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오늘 개성 접촉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정부가 대북 정책의 기본 방침과 원칙을 재정립 · 재확인할 때가 됐다는 점이다. 오늘 접촉에서 북이 대체적인 관측과 달리 그 어떤 유화적인 제스처를 해오든,우려해온 것처럼 개성공단과 우리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문제를 연계시키는 추가 협박을 해오든,이와 상관없이 꼭 필요한 일이다. 한마디로 벼랑끝 전술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의 얄팍한 전략에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지금 이 시기를 넘긴다 해도 북은 또 어떤 도박을 할지 모르고,그때마다 불장난하는 아이 보듯 조바심으로 대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북이 화해와 평화 공존의 길로 진정 다가온다면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럴 경우 인도적 경제적 지원도 굳이 아낄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당장 이런 극적인 태도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개성공단의 우리 근로자를 3주 이상 인질처럼 붙잡고 있으면서 남쪽을 향해 퍼부어대는 언사 또한 용인(容認)할 선을 넘어선 것이 지금 북의 모습이다. 정부 당국이 큰 원칙을 정립하면서 통일 · 외교 정책 및 국방과 안보 프로그램까지 치밀한 대응책을 세우고 이행방안도 다시한번 점검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최근 PSI문제 등에서는 반성할 점도 없지 않다. 신중한 것은 좋으나 부처간 이견이나 논의과정들까지 여과없이 알려지면서 마치 우유부단하고 예측분석력도 떨어지는 것처럼 비쳐지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남북관계는 며칠짜리 단기 대응책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의 기본 원칙을 확립하고 철저한 이행전략을 짤 때다.